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441

섬 · 1 / 나호열 daum 이미지 섬 · 1 / 나호열 시간은 오랫동안 나를 길들였다마음대로 먹고 마시고 사랑하도록족쇄를 채우지 않았다희박해져 가는 공기와 마찬가지로아무 것도 원하지 않았다내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을 때등 뒤에는 어스름이 덮혀 있었다문득 뒤를 돌아다 보았을 때내가 머물던 그 곳은흔적조차 .. 2009. 7. 2.
큰 물 진 뒤 p r a h a 큰 물 진 뒤 / 나호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 다시 푸르고 햇빛은 강물에 뛰어 들어가 은빛 비늘을 반짝였다 사나운 마음이 그런 것처럼 붉은 혀 널름거리던 시간이 지나자 영영 사라져 없어질 것 같던 길이며 작은 풀꽃들 휘었던 어깨를 곧추세우고 어느 사람은 뛰고 어느 사람은 천천히 걷.. 2009. 6. 29.
가슴이 운다 p r a h a 가슴이 운다 / 나호열 거역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예정되어 있으나 슬그머니 뒤로 밀쳐놓은 정답이 없다고 스스로 위안한 풀지 않은 숙제처럼 달려드는 파도가 있다 못질 소리 똑닥거리는 시계의 분침 소리 바위가 모래로 무너져 내리는 소리 이 나이에 사랑은 무슨 이 나이에 이별은 무슨 가.. 2009. 6. 26.
아다지오 칸타빌레 外 아다지오 칸타빌레 外/ 나호열 아다지오 칸타빌레 / 나호열 돌부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자주 넘어졌다너무 멀리 내다보고 걸으면 안돼그리고 너무 빨리 내달려서도 안돼나는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멀리 내다보지도 않으면서너무 빨리 달리지도 않았다어느 날 나의 발이 내려앉고나의 발이 평발임.. 2009. 6. 21.
가을 시편 모음 / 나호열 사진 / p r a h a 가을 시편 모음 / 나호열 가을 / 나호열 툭……여기저기목숨 내놓는 소리가득한데나는 배가 부르다 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서러운 나이 그 숨찬 마루턱에서 서서 입적(入寂)한 소나무를 바라본다 길 밖에 길이 있어 산비탈을 구르는 노을은 여기저기 몸을 남긴다 생(生)이란 그저 신(神).. 2009. 6. 16.
제주도 기행 시편 / 나호열 제주도 기행 시편 / 나호열 어느 새에 관한 이야기 / 나호열 - 제주도 기행. 1 십 년도 넘었던 것 같다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그 모습을 끝내 그는 보여주지 않았다 머리 위로 철 지난 동백이 툭툭 떨어졌다 어느새라고 적으면 빨간 밑줄이 그어진다 잘못 입력된 맞춤법 검색 어느새 뒤에는 아무 말.. 2009. 6. 16.
오래된 책 오래된 책 / 나호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가 지루하게 갈피 속에 숨어들어 납작해진 벌레의 상형에 얹혀있다 매일 내려 쌓이는 눈 위에 발자국처럼 길게 어디론가 마침표를 끌고 가는 주 인공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쌓이는 세월보다 녹아 스며드는 속도가 훨씬 빨라 수심 이 깊은 호수가 출렁.. 2009. 6. 9.
가시 外 가시 外 / 나호열 가시 / 나호열 그 말이 맞다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아프다 내 가슴을 떼어내어 너의 가슴에 닿는 순간 가시가 되어야 하는 것을 그래서 네가 눈물 흘리는 것을 이번에는 네 가슴을 떼어내어 나에게 다오 찡긋 한 쪽 눈을 감고 나는 웃겠다 그 말이 맞다 사랑한다는 말은 너무 기쁘다 독.. 2009. 6. 7.
번개의 죽음 번개의 죽음 / 나호열 울컥, 아기 단풍나무 아래 한 줌 재로 너를 뿌릴 때 눈물이 돋아 올랐다 눈물이 짠 까닭은 내 안에 바다가 있음이나 미처 알지 못한 세월이 너무 길었던 것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너는 눈빛으로 우리의 부질없음을 받아들였나 동공에 가득한 눈물 그대로 맺혀 감지 못한 눈 .. 2009. 6. 4.
오징어 外 오징어 外 / 나호열 오징어 / 나호열 바다 앞에 섰다 길게 늘어선 덕장 앞으로 푸른 잉크가 쏟아진다 내 몸을 감싸던 눈 밑에 눈물 점을 없애야 해 먹물 주머니 말라붙고 거꾸로 매달려 있다 머리라고 알고 있는 지느러미를 꿰뚫은 막대기에 거두절미하고 매달려 있다 오장육부를 덜어내고 이렇게 압축.. 2009.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