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369 故人이 된 박성현 시인을 추모하며] / 강인한 故人이 된 박성현 시인을 추모하며] 박성현 시인 그대는 참 좋은 시인이었습니다.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소서. 2025.11.16 강인한 올림--------------------------------------------------------------------------------------------- 모호의 밤 정류장 —모호.3 박성현 (1970~2025) 나는,모호라는 이름의 인형을바라보고 있다몇 개의 뼈와단추만 누르면 작동하는 목소리공중에 오래 머물러 있는 뭉툭한 두 손그런데 모호도 가만히 앉아나를 쳐다본다모호는의자에 앉아 있으며수다스럽지도 않고 눈도 깜빡거리지 않는다어쩌면 숨이 멈춘 지 오래이윽고 나는,모호의 가슴을 열고허파와 심장을 꺼내 정교하게 분해한다모호의 마른.. 2026. 8. 20. 박성현의 「나의 모든 천국」 감상 / 최형심 박성현의 「나의 모든 천국」 감상 / 최형심 나의 모든 천국 박성현 당신은 나의 모든천국,고백하는 밤에도 눈은 내리고어김없이 당신에게 가네 눈을 밟으며눈 속에 사무쳐 당신을 기다릴 때도당신은 나의 모든 천국황홀함과 설렘,모든 것을 지워버리는애틋한 입맞춤 눈을 밟으면나의 모든 천국에도 주어도 생겼지주어는 당신에게 연필을 주며‘눈보라가 당신을 흔들었습니다’혹은‘눈보라가 얼어붙은 당신을 찾아냈습니다’라고 쓰게 했네 당신이,당신으로 투쟁하고 사랑하는이런 현실은 황홀해당신을 나의 모든 천국이라 불러도전혀 거리낌 없지 그러나 천국은살아서는 갈 수 없는 곳결국 당신은나의 모든 죽음이었네 눈을 밟으며세상 모든 것들과 단절된검은 눈을 밟으며 온몸을 파고드는 바람 무늬 속으로당신의 그을린 지문 속으로나의 천국과 .. 2026. 8. 20. 박성현의 「새의 방향」 감상 / 최다영 박성현의 「새의 방향」 감상 / 최다영 새의 방향 박성현 나는 죽었고누군가 내 시체를 묻었다오래된 정류장과뒤틀린 잡목들지저분하게 변색된 지방도로 이정표가내가 본 세계의 마지막 풍경이제 나는 죽었고신은 나를 완벽한 고립에 던져 넣었다그는 나를 덮은 흙더미에 또 다른 이정표를 꽂았다덧칠된 화살표 위로새가 날아갔다새가 날아가고 방향이 생겼다황혼이 다시 깊어졌다 시집 『그 언덕의 여름, 바깥의 저녁』 2025.7.............................................................................................................. 박성현 시인이 죽음을 앞두고 시 안에서 가장 빈번히 수행한 작업은 「내가 내 옆.. 2026. 8. 20. 바실리스크 외 3편 / 이현승 바실리스크 이현승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헤엄치는 법을 배웠지나는 가라앉으면서 늪을 깨닫는 사람내 스승은삶이란 물웅덩이 같은 것이라서한 발이 빠지기 전에빨리 다음 발을 내디뎌야 한다고 설파했다.그렇게 한 발 한 발 내딛다보면어느새 피안에 도달하는 것이 생이었다.그의 좌우명이자 내면에 새겨진 이름은물 건너는 자우아하게 휘청이는 꼬리의 반동을 타고날렵한 걸음걸이로 물을 건너는 그에게하나의 영광은 늘 다음 영광을 위한디딤돌이었고 머중물이었다.하나의 영광이 다음 영광의 디딤돌이라면하나의 실패는요? 한쪽 발을 들어올리는 동안디딤 발이 더욱 더 깊숙이 빠지는 자에게하나의 실패는 완전한 침몰의 시작이 아닐까요?하지만 스승은 어떤 실패든 그건결국 하나의 발자국에 지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졌지.우리의 하루가 일만.. 2026. 8. 20. 근린공원 / 한세정 근린공원 한세정 늘 주먹만 내밀던 아이는주먹으로 이길 수 있는 것은고작 가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매번 울음을 터트렸다지렁이 모양 젤리가옴짝달싹하지 못한 채우레탄 바닥에 들러붙어 있었다주름진 얼굴과 기울어진 어깨들이운동기구에 매달려저마다 가쁜 숨을 뱉었다철봉에 걸린 국방색 야구모자에서시큼한 땀내가 났다물러진 복숭아 속살 같은 놀이터 바닥을아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뛰어다녔다울음을 멈춘 아이가원통형 미끄럼틀에 앉아나를 부르고 있었다내 속에 뻗은 길을 따라아이가 몸 밖으로 미끄러졌던 순간처럼울컥, 목울대를 내리치며뜨거운 생이 시작되고 있었다 —계간 《딩아 돌하》 2026 여름호-------------------한세정 / 서울 출생. 200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 2026. 8. 20. 시타마치(下町) / 송재학 시타마치(下町) 송재학 예닐곱 협소주택들개울물은 처마 그림자보다 먼저 흘러간다차곡차곡 개어둔 물소리 울타리나 담벼락 대신종종걸음으로 멈춰 선 작은 화분들같은 방향으로 수십 번 붓질한 꽃들,바탕색이 조금 비친다 같이 사용한다는조브장한 마당은고양이의 허리만큼 잘록해져서집집마다 흑연 스케치한 창문이 번지고불을 밝히고 인기척을 내는 주황색 등롱 연잎의 아가미가 보글거리는 연못을 포함해서백년 전의 기억이 맞다면 이곳은쉿! 시타마치 물 위에 반짝이는 몇 겹 햇빛은파스텔화의 하루였어 가르마 그늘에 몸 맞댄 파란 자전거들가끔 사람이 반가워서외눈을 동그마니 뜨긴 했다 *下町: 일본 옛 도심의 서민 생활 지역. —계간 《詩로 여는 세상》2026 여름호-----------------.. 2026. 8. 20. 목조반가사유상 / 김경성 사진 출처/ 위키백과목조반가사유상김경성 깊이 들이마셨던 숨 내려놓았다 그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시간을 잊고 기다려야 했다 땅 깊숙이 얼굴을 묻고 지상으로 터져 나오지 못하는 말들을 하나하나 제 속에 들였다물이 흘러가던 뿌리를 거두고 거꾸로 서서받아들였던 숨을 아래쪽으로 내려주고 있다, 천 년 후에라도몸에서 흐르는 말들이 그대로일 것이다 그늘 속에 깃을 치고 가는 바람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몸속에 들어앉아 있는 한 사람에게 고요히 손을 내미는 소목장,몇 날 동안이나 만지고 또 만졌던가몸을 감싸고 있는 껍질을 벗겨내니 끈적한 눈물이 흐른다수없이 비워냈던 달이 차오르고 만조의 바다는 달빛으로 일렁였다 시간의 흔적이 낱낱이 기억되어있는,한 그루 나무 속에 들어앉아 있던 그 사람 세상 밖으로 나왔다얼굴에.. 2026. 8. 14. 국수연 첫 시집『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국수연 시집『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다시올 시선 2026년 4월 국수연 시인 시인의 말 너무 늦게 돌아보는 것은 아닌지너무 이르게 판단하는 것은 아닌지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니고그렇다고 만족하는 것도 아닌모를수록 용감하게 헤쳐 나가야 하는길목에서 잠시 숨을 크게 내쉬어 본다 2026년 봄국수연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국수연 비안개 옅어졌다 짙어졌다 하는 도시의 수묵화 속을 달린다 얼굴을 때리던 바람비가 잠잠해진 오월 어느 날 오후 후두둑 소리에 희미한 풍경들이 지나가는 불빛 붙잡고 추억을 자분거리고 머리 타래 하얗게 늘어뜨린 이팝나무들은 우리 가슴을 쌀밥으로 그득 채워 닭살 돋아나는 비 오는 날의 추위를 잊게 한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 2026. 8. 13. 커튼콜 / 김승필 커튼콜 김승필 내 목에는 등딱지가 굳어 버린바다거북이 살고 있다 저녁달은어떤 형태의 잠을 원할까 통증이 나를 물어뜯을 때마다삼백예순하나의 혈 자리에천천히, 아주 천천히 불을 밝힌다 출구가 아니라계속 열리는 쪽으로 몸이 가벼워지는 연습을 하며지난봄, 형태를 잃은 생각들을 소파에 묻고 거북은 끝내목을 빼지 않는다 사월의 냄비에서바지락들이 연달아 제 입을 벌린다 —계간 《문예바다》 2026 여름호---------------------김승필 / 1968년 전남 신안 출생. 2019년 《시와 정신》으로 등단. 시집 『옆구리를 수거하다』. 출처/푸른시의 방 2026. 8. 13. 야생동물 출몰 지역 / 고성만 야생동물 출몰 지역 고성만 여기서부턴 낯선 땅이다 쉿, 목을 축이러 내려오는 수달 터럭이 아름다운 담비 조심! 길 잃은 고라니를 사냥하지 늑대 몇 마리 달을 보고 우우~ 울부짖는 소리 들릴 것 같은, 전설 한 토막 준비한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 나는 언제 절멸을 막기 위해 직선으로 뻗은 고속도로를 목숨 걸고 건넌 적 있었던가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숲 텅 빈 적막 빽빽한 고요 평화는 배부른 자의 투정 가족도 도반도 없이 이리저리 떠돌다가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굶주린 배 움켜쥔 채 기어코 경계를 넘었으리 산다는 것은 고적한 밤의 사연을 안고 메마른 뼈다귀를 핥는 일, 아닐까 막막하게 어두워지는 길 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 —《백지》 2026 창간호-------------------.. 2026. 8. 13. 거미 / 김송포 거미 김송포 거미 한 마리가 당당히 세상과 맞서 있다 성적인 에로틱을 철사로 말아 몸으로 표현한 것을이상이라고 해야 하나마디라고 해야 하나조각이라고 해야 하나십오 분 단위로 공간 안에서 태어나듯 자신을 밀어내고 다음 시간으로 이동하여 족쇄와 피난처로 옮겨 가며 떠 있다 우리는 같은 시간 속에서 한 번만 존재한다는 걸 알아 사람의 상처를 바느질로 꿰매어 인연을 엮어 공중에 매달았어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구멍투성이 밀실에서 바깥으로,내던져진 산책로에서,자신을 줍고 있어 알을 품은 암컷의 광기를 어떻게 풀고 있는지 궁금했다 누구에게 버려진다는 것은 복수한다는 것, 내가 당한 것을 다른 물체로 되갚아 영원하다는 반전을 용서하고 싶다는 것 무서움과 잔인함을 유발하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세계를 나는 체험하.. 2026. 8. 13. 청새치의 노래 / 김경성 청새치의 노래 김경성 사막에서 청새치를 봅니다새들이 머문 자리에 발자국 꽃 피었습니다청새치의 말들도 사막의 등고선 아래길게 쓰여 있습니다 밤새 달려온 햇살 가시가문자 위에 몇 스푼의 빛을 떨어뜨리며긴 호흡으로 구름을 끌어다 놓습니다 기억 속의 집은 깊은 바다였으나지금은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사막에 혀를 대어 접힌 시간을 폅니다바닷속 길을 찾아가는 청새치 노랫소리가 사구를 넘어갑니다 등고선이 내어 준 칼날로 빛을 잘라낸 후바스러진 그림자는 한쪽에 걸어 두고푹푹 모래가 삼키는 길을 헤엄쳐가는 청새치는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긴 주둥이로 모래를 헤쳐 나갑니다바람이 찍어놓은 물결무늬 속에서 바다의 가장 고운 음률을 꺼내어 펼쳐 놓습니다- 계간 미네르바 2026년 봄호 2026. 8. 3. 이전 1 2 3 4 ··· 3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