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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437

수요문학광장·이 작가를 말한다...나호열 시인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2&_r=ftm 수요문학광장·이 작가를 말한다...나호열 시인(문화앤피플) 이해경 기자 = 문학의집·서울에서 주최하고 유한킴벌리가 후원한 ’수요문학광장·202 이 작가를 말한다‘에서 이달의 초청작가로 ‘나호열 시인”을 만났다. 2월 28일(수) 오후 3시www.cnpnews.co.kr 2024. 3. 3.
보름달 / 나호열 Moon Indigo - by Blake Desaulniers 보름달 / 나호열 보름달이 가고 있어요 둥글어서 동그라미가 굴러가는 듯 한 줄기 직선이 남아 있어요 물 한 방울 적시지 않고 강을 건너고 울울한 숲의 나뭇가지들을 흔들지 않아 새들은 깊은 잠을 깨지 않아요 빛나면서도 뜨겁지 않아요 천 만개의 국화 송이가 일시에 피어오르면 그 향기가 저렇게 빛날까요 천 만개의 촛불을 한꺼번에 밝히면 깊은 우물 속에서 길어 올리는 이제 막 태어난 낱말 하나를 배울 수 있을까요 읽어낼 수 있을까요 보름달이 가고 있어요 둥글어서 동그라미가 굴러가는 듯 말없음표가 뚝뚝 세상으로 떨어지고 있어요 입을 다물고 침묵을 배우고 있어요 #보름달 #나호열 #슈퍼블루문 2023. 8. 31.
떠난다는 것은 / 나호열 떠난다는 것은 나호열 그리웁다는 것은 그대가 멀리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함게 동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행하면서도 등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등 돌린 채로 등 돌린 채로 아무리 불러봐도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웁다는 것은 아직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대가 있어 아름다운 세상 곁에 나도 가만히 서 있어 보고 싶다는 것이다 - 시집 2023. 6. 10.
문호리 예배당 / 나호열 문호리 예배당 / 사진 프라하 2011년 문호리 예배당 나호열 청량리에서 한 시간 가슴까지 차오르는 강이 오르고 내리는 버스를 타면 출렁이는 물 향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 너 장의 편지를 썼다 지우고 억새풀로 흔들리는 잠결에 닿는 곳 가끔, 깊은 산골로 가는 기차가 경적을 울리면 길은 무섭게 한적해진다 건널목 지나 토닥토닥 몇 구비 돌고 돌아도 보이지 않는 마을 멀리서도 예배당 종소리는 울려 마을이 가깝다 작은 언덕 허리 굽혀 올라가는 오래된 예배당 아름드리 느티나무 바람에 곡을 붙여 풍금을 타고 먼지 내려앉은 나무의자에 앉아 꽃 꺾은 죄를 고백 하는 곳 그 돌집 옆 모래알로 쌓아올린 큰 예배당 더 많은 죄인들이 드나들어도 아직은 견딜만 하다고 열 때마다 삐거덕 거리는 영혼 속으로 숨어들만하다고 청량리에.. 2023. 3. 5.
내일이면 닿으리라 / 나호열 시인 https://youtu.be/22YPuRqiER0 내일이면 닿으리라 나호열 내일이면 닿으리라 산새소리에 매화가 피고 시냇물 향기만큼 맑은 그 마을에 가 닿으리라 나그네는 밤길을 걸어야 하는 법 어둠이 피워내는 불빛을 보며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 그것이 멀리에서 바라보아야만 얼굴이 보이는 꽃인지 알아 나그네는 또 걷고 걷는다 아침이면 닿으리라 그러나 마을에 머물지는 않으리라 모른 척 잊어버린 척 마을을 멀리 돌아가리라 2023. 3. 4.
풍경과 배경 / 나호열 풍경과 배경 나호열 누군가의 뒤에 서서 배경이 되는 그런 날이 있다 배롱나무는 풍경을 거느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경이 될 때 아름답다 강릉의 육백 년 배롱나무는 오죽헌과 함께, 서천 문헌서원의 배롱나무는 영정각 뒤에서 여름을 꽃 피운다 어느덧 오죽헌이 되고 영정각이 되는 찰라 구례 화엄 산문의 배롱나무는 일주문과 어울리고 개심사 배롱나무는 연지에 붉은 꽃잎으로 물들일 때 아름답다 피아골 연곡사 배롱나무는 가파르지 않은 돌계단과 단짝이고 담양의 배롱나무는 명옥헌을 가슴으로 숨길 듯 감싸 안아 푸근하다 여름 한 철 뙤약볕 백일을 피면 지고 지면 또 피는 배롱나무 한 그루면 온 세상이 족하여 그렇게 슬그머니 누군가의 뒤에 서는 일은 은은하게 기쁘다 2023. 2. 8.
나호열 시집 『바람과 놀다』 ㆍ 나호열 시선집 나호열 시선집 『바람과 놀다』 #나호열 시집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 100 시선사 2022.12 시인의 말 시선집 『바람과 놀다』는 그동안 간행되었던 여러 시집에서 주제별로 뽑은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사랑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표출한 시들이고 2부는 생활의 주변에서 쉽게 마주치게 되는 동물들을 삶의 양태와 빗댄 시들을 가려 뽑았으며, 3부는 그동안 간행되었던 시집들의 표제시를 모아 보았다. 마지막 4부는 주마간산 여행의 편린들이다. 그동안 펴낸 20여 권의 시집에서 난삽하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부딪친 소회를 담은 무겁지 않은 시들을 골랐다. 어느덧 종심(從心)에 이르러 그동안 시업(詩業)을 정리하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펴보았으나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정신의 미숙함이 드러나듯 하여 얼굴이 붉어진.. 2022. 12. 23.
거문고의 노래 . 1 / 나호열 거문고의 노래 . 1 나호열 백년 후면 넉넉하게 사막에 닿겠다 망각보다 늦게 당도한 세월이 수축과 팽창을 거듭한 끝에 빅뱅 이전으로 돌아간 심장을 애도하는 동안 수화로 들어야하는 노래가 있다 떨쳐내지 못하는 전생의 피 증발되지 않는 살의 향기로 꽃핀 악보 사막이란 말은 그렇게 .. 2015. 5. 8.
거문고의 노래 2 / 나호열 거문고의 노래 ․ 2 나호열 당신이라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서 울밖에 서 있겠네 내밀한 그 마음이 궁금하여 키를 세우고 또 세우고 당신이라는 사람이 열하고도 여덟이나 아홉이 되었을 때 나는 인생을 다 살아버려 당신이라는 사람을 안을 수가 없었네 당신이라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서 마음에 둥지를 틀겠네 봄이 다 가기 전에 꿈이 사라질까 자고 자고 또 자고 당신이라는 사람이 스물하고도 또 스물을 더 했을 때 나는 인생을 다 살아버려 날개 없는 나비가 되었네 당신이라는 사람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그 오동나무와 그 누에고치는 속이 텅 비고 바람보다 가는 실이 되어 거문고가 되었네 만리 길의 첫걸음 처럼 막막하여 낮게 하르르 허공을 가르며 떨어지는 꽃잎의 한숨처럼 당신이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 건네고.. 2015. 5. 2.
금서禁書를 쓰다 / 나호열 금서禁書를 쓰다 나호열 그날 밤 나를 덮친 것은 파도였다 용궁 민박 빗장이 열리고 언덕만큼 부풀어 오른 수평선이 내 몸으로 쏟아져 들어 왔다 빨래줄에 걸린 집게처럼 수평선에 걸려 있던 알 전구가 몸의 뒷길을 비추었다 상처가 소금 꽃처럼 피어 있는 뒷길은 필요 없어 거칠지만 단.. 2014.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