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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441

나호열 시집 『바람과 놀다』 ㆍ 나호열 시선집 나호열 시선집 『바람과 놀다』 #나호열 시집 한국대표서정시 100인선 100 시선사 2022.12 시인의 말 시선집 『바람과 놀다』는 그동안 간행되었던 여러 시집에서 주제별로 뽑은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사랑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표출한 시들이고 2부는 생활의 주변에서 쉽게 마주치게 되는 동물들을 삶의 양태와 빗댄 시들을 가려 뽑았으며, 3부는 그동안 간행되었던 시집들의 표제시를 모아 보았다. 마지막 4부는 주마간산 여행의 편린들이다. 그동안 펴낸 20여 권의 시집에서 난삽하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부딪친 소회를 담은 무겁지 않은 시들을 골랐다. 어느덧 종심(從心)에 이르러 그동안 시업(詩業)을 정리하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펴보았으나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정신의 미숙함이 드러나듯 하여 얼굴이 붉어진.. 2022. 12. 23.
거문고의 노래 . 1 / 나호열 거문고의 노래 . 1 나호열 백년 후면 넉넉하게 사막에 닿겠다 망각보다 늦게 당도한 세월이 수축과 팽창을 거듭한 끝에 빅뱅 이전으로 돌아간 심장을 애도하는 동안 수화로 들어야하는 노래가 있다 떨쳐내지 못하는 전생의 피 증발되지 않는 살의 향기로 꽃핀 악보 사막이란 말은 그렇게 .. 2015. 5. 8.
거문고의 노래 2 / 나호열 거문고의 노래 ․ 2 나호열 당신이라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서 울밖에 서 있겠네 내밀한 그 마음이 궁금하여 키를 세우고 또 세우고 당신이라는 사람이 열하고도 여덟이나 아홉이 되었을 때 나는 인생을 다 살아버려 당신이라는 사람을 안을 수가 없었네 당신이라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서 마음에 둥지를 틀겠네 봄이 다 가기 전에 꿈이 사라질까 자고 자고 또 자고 당신이라는 사람이 스물하고도 또 스물을 더 했을 때 나는 인생을 다 살아버려 날개 없는 나비가 되었네 당신이라는 사람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그 오동나무와 그 누에고치는 속이 텅 비고 바람보다 가는 실이 되어 거문고가 되었네 만리 길의 첫걸음 처럼 막막하여 낮게 하르르 허공을 가르며 떨어지는 꽃잎의 한숨처럼 당신이라는 사람을 만났을 때 건네고.. 2015. 5. 2.
금서禁書를 쓰다 / 나호열 금서禁書를 쓰다 나호열 그날 밤 나를 덮친 것은 파도였다 용궁 민박 빗장이 열리고 언덕만큼 부풀어 오른 수평선이 내 몸으로 쏟아져 들어 왔다 빨래줄에 걸린 집게처럼 수평선에 걸려 있던 알 전구가 몸의 뒷길을 비추었다 상처가 소금 꽃처럼 피어 있는 뒷길은 필요 없어 거칠지만 단.. 2014. 12. 27.
나무의 진화론 / 나호열 나무의 진화론 / 나호열 이것이,마지막 편지라고 쓰지 못했네 한 나무 한 켠에서목련이 피고또 목련이 지고그 나무를 지나치고 있다고의자였던침대였던 그 자리에이제는 홀로 서서눈물 잎을 떨구네희고 붉은꿈의 字片이한 나무를 환하게그만큼 또그늘지게이것이마지막 편지인 걸나는 .. 2014. 12. 7.
기억하리라 / 나호열 기억하리라 / 나호열 오래 된 마을에 사람들은 가고 공덕비만 남았다 돌이 굳다고 그 속에 새긴 허명들이 단단하겠는가 남쪽 바닷가 어느 마을의 시비처럼 나도 당신의 남쪽 바다 끝머리에 서 있고 싶다. 해풍이 덮고 노을이 쓸어주고 새들도 여린 목청 올리는 나는 당신에게 건너가는 꽃.. 2014. 12. 7.
그림자 놀이 / 나호열 센안토니오 씨월드 그림자놀이 / 나호열 미안하다 초대 받지 않았지만 나는 이곳에 왔다 내 자리가 없으므로 나는 서 있거나 늘 떠돌아야 했다 가끔 호명을 하면 먼 곳의 나무가 흔들리고 불빛이 가물거리다가 흐느끼듯 꺼지곤 했다 그림자는 우울하다 벗어버린 옷에는 빛이 빚으로 남아.. 2014. 8. 17.
흘러가는 것들을 위하여 / 나호열 흘러가는 것들을 위하여 / 나호열 용서해다오흘러가는 강물에 함부로 발 담근 일 흘러가는 마음에 뿌리내리려 한 일 이슬 한 방울 두 손에 받쳐드니 어디론가 스며들어가는 아득한 바퀴 소리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들을 위하여 은밀히 보석상자를 마련한 일 용서해다오 연기처럼 몸 부.. 2014. 8. 17.
팽목항, 4월 / 나호열 팽목항, 4월 - 이 땅 부모들의 절규 나호열 돌아오너라 그 말은 차마 목울대를 넘지 못하고 목 쉰 파도만 가슴을 할퀸다 저기, 돌아오는 배 안에 제발 누워 있지 않기를 차라리 눈이 먼 채로 믿고 싶구나 어디 먼 곳 섬으로 살아있기를 영영 기다리는 것이 나을지 몰라 돌아오라 그 말이 두.. 2014. 4. 27.
세월호 / 나호열 세월호나호열 무심히 피어있는 꽃들이신록을 향해가는 이파리들이 모르는 그들의 얼굴모르는 그들의 안타까운 손짓 모르는 그들이내 가슴에 와락와락 발자국을남기고 있다혼자 줄행랑을 친 선장보다더 비겁하게기적이라는 단어를 사랑하기로 한다세월아되돌아 와다오힘차게 솟구쳐 .. 2014.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