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441 [시인 조명]나호열 시인 [시인 조명] 나호열 시인 -『시와산문』2014년 봄호 시인이 뽑은 대표시 북 나호열 북은 소리친다 속을 가득 비우고서 가슴을 친다 한 마디 말 밖에 배우지 않았다 한 마디 말로도 가슴이 벅차다 그 한 마디 말을 배우려고 북채를 드는 사람이 있다 북은 오직 그 사람에게 말을 건다 한 마디.. 2014. 3. 13. 어느 유목민의 시계 / 나호열 어느 유목민의 시계 나호열 하늘이 어둠의 이불을 걷어내면 아침이고 멍에가 없는 소와 야크가 마른기침을 토해내면 겨울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 식솔만큼의 밥그릇과 천막 한 채를 거둬들이면 그 때가 저녁이다 인생을 모르는 사람들은 유목민이라 부르지만 그들은 멀리 떠나 본 적이 .. 2014. 3. 2. 바람의 전언 / 나호열 바람의 전언 나호열 저기, 별똥별 그리우면 지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밤을 기다려 하루 이틀 마다 않고 하늘을 우러르는 일은 맑고 그윽한 일 오지 않는 전언 대신 겨울이 왔고 바람이 불었다 푸른 이끼가 돋은 약간의 우울에는 쌉싸름한 냉소가 섞여 주저하며 닫지 않은 문 안으로.. 2014. 3. 2. 저녁 부석사 / 나호열 저녁 부석사 / 나호열 무량수전 지붕부터 어둠이 내려앉아 안양루 아랫도리까지 적셔질 때까지만 생각하자 참고 참았다가 끝내 웅얼거리며 돌아서버린 첫사랑 고백 같은 저 종소리가 도솔천으로 올라갈 때까지만 생각하자 어지러이 휘어 돌던 길들 불러 모아 노을 비단 한 필로 감아올.. 2013. 11. 26. 촉도(蜀道) / 나호열 촉도(蜀道) 나호열 경비원 한씨가 사직서를 내고 떠났다 십 년 동안 변함없는 맛을 보여주던 낙지집 사장이 장사를 접고 떠났다 이십 년 넘게 건강을 살펴주던 창동피부비뇨기과 원장이 폐업하고 떠났다 내 눈길이 눈물에 가닿는 곳 내 손이 넝쿨손처럼 뻗다 만 그곳부터 시작되는 촉도 .. 2013. 10. 12. 강물에 대한 예의 / 나호열 2013. 9. 30. 보름달 / 나호열 보름달 / 나호열 보름달이 가고 있어요 둥글어서 동그라미가 굴러가는 듯 한 줄기 직선이 남아 있어요 물 한 방울 적시지 않고 강을 건너고 울울한 숲의 나뭇가지들을 흔들지 않아 새들은 깊은 잠을 깨지 않아요 빛나면서도 뜨겁지 않아요 천 만개의 국화 송이가 일시에 피어오르면 그 향.. 2013. 9. 18. 북 / 나호열 김완하의 시 한편 - 북 대전일보 2013-08-06 18면기사 편집 2013-08-05 21:14:31 - 북 / 나호열(1953~ ) 북은 소리친다 속을 가득 비우고서 가슴을 친다 한 마디 말 밖에 배우지 않았다 한 마디 말로도 가슴이 벅차다 그 한 마디 말을 배우려고 북채를 드는 사람이 있다 북은 오직 그 사람에게 말을 건다.. 2013. 9. 18. 밤바다 / 나호열 밤바다 - 신두리에서 나호열 이놈아, 받아 적거라! 어딘들 바다가 아니고 누군들 바다가 아니겠느냐 길을 버린 생의 행간으로 달려드는 일만 마리의 말발굽 소리 다시 읽으려 하니 일 만 송이 꽃 지는 소리 저 부풀어 오른 보자기 나비 매듭을 깨물어 보는 밤 모래, 해당화, 바람, 발자국..... 2013. 9. 18. 변검 變臉의 하루 / 나호열 변검 變臉의 하루 나호열 구둣발에 밟히지 않으려고 지렁지렁 땅속으로 기어 다니다 무엇에 홀린 듯 무슨 새싹이라도 되는 듯 지상으로 올라와 용트림하다가 번뜩 눈을 뜨니 원래 나는 눈이 없었다 수컷 공작처럼 온갖 문양의 날개를 펼쳐 보이겠다고 스스로 다리 난간을 넘어갔으나.. 2013. 9. 16. 이전 1 2 3 4 5 6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