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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448

금서禁書를 쓰다 / 나호열 금서禁書를 쓰다 나호열 그날 밤 나를 덮친 것은 파도였다 용궁 민박 빗장이 열리고 언덕만큼 부풀어 오른 수평선이 내 몸으로 쏟아져 들어 왔다 빨래줄에 걸린 집게처럼 수평선에 걸려 있던 알 전구가 몸의 뒷길을 비추었다 상처가 소금 꽃처럼 피어 있는 뒷길은 필요 없어 거칠지만 단.. 2014. 12. 27.
나무의 진화론 / 나호열 나무의 진화론 / 나호열 이것이,마지막 편지라고 쓰지 못했네 한 나무 한 켠에서목련이 피고또 목련이 지고그 나무를 지나치고 있다고의자였던침대였던 그 자리에이제는 홀로 서서눈물 잎을 떨구네희고 붉은꿈의 字片이한 나무를 환하게그만큼 또그늘지게이것이마지막 편지인 걸나는 .. 2014. 12. 7.
기억하리라 / 나호열 기억하리라 / 나호열 오래 된 마을에 사람들은 가고 공덕비만 남았다 돌이 굳다고 그 속에 새긴 허명들이 단단하겠는가 남쪽 바닷가 어느 마을의 시비처럼 나도 당신의 남쪽 바다 끝머리에 서 있고 싶다. 해풍이 덮고 노을이 쓸어주고 새들도 여린 목청 올리는 나는 당신에게 건너가는 꽃.. 2014. 12. 7.
그림자 놀이 / 나호열 센안토니오 씨월드 그림자놀이 / 나호열 미안하다 초대 받지 않았지만 나는 이곳에 왔다 내 자리가 없으므로 나는 서 있거나 늘 떠돌아야 했다 가끔 호명을 하면 먼 곳의 나무가 흔들리고 불빛이 가물거리다가 흐느끼듯 꺼지곤 했다 그림자는 우울하다 벗어버린 옷에는 빛이 빚으로 남아.. 2014. 8. 17.
흘러가는 것들을 위하여 / 나호열 흘러가는 것들을 위하여 / 나호열 용서해다오흘러가는 강물에 함부로 발 담근 일 흘러가는 마음에 뿌리내리려 한 일 이슬 한 방울 두 손에 받쳐드니 어디론가 스며들어가는 아득한 바퀴 소리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것들을 위하여 은밀히 보석상자를 마련한 일 용서해다오 연기처럼 몸 부.. 2014. 8. 17.
팽목항, 4월 / 나호열 팽목항, 4월 - 이 땅 부모들의 절규 나호열 돌아오너라 그 말은 차마 목울대를 넘지 못하고 목 쉰 파도만 가슴을 할퀸다 저기, 돌아오는 배 안에 제발 누워 있지 않기를 차라리 눈이 먼 채로 믿고 싶구나 어디 먼 곳 섬으로 살아있기를 영영 기다리는 것이 나을지 몰라 돌아오라 그 말이 두.. 2014. 4. 27.
세월호 / 나호열 세월호나호열 무심히 피어있는 꽃들이신록을 향해가는 이파리들이 모르는 그들의 얼굴모르는 그들의 안타까운 손짓 모르는 그들이내 가슴에 와락와락 발자국을남기고 있다혼자 줄행랑을 친 선장보다더 비겁하게기적이라는 단어를 사랑하기로 한다세월아되돌아 와다오힘차게 솟구쳐 .. 2014. 4. 20.
[시인 조명]나호열 시인 [시인 조명] 나호열 시인 -『시와산문』2014년 봄호 시인이 뽑은 대표시 북 나호열 북은 소리친다 속을 가득 비우고서 가슴을 친다 한 마디 말 밖에 배우지 않았다 한 마디 말로도 가슴이 벅차다 그 한 마디 말을 배우려고 북채를 드는 사람이 있다 북은 오직 그 사람에게 말을 건다 한 마디.. 2014. 3. 13.
어느 유목민의 시계 / 나호열 어느 유목민의 시계 나호열 하늘이 어둠의 이불을 걷어내면 아침이고 멍에가 없는 소와 야크가 마른기침을 토해내면 겨울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 식솔만큼의 밥그릇과 천막 한 채를 거둬들이면 그 때가 저녁이다 인생을 모르는 사람들은 유목민이라 부르지만 그들은 멀리 떠나 본 적이 .. 2014. 3. 2.
바람의 전언 / 나호열 바람의 전언 나호열 저기, 별똥별 그리우면 지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밤을 기다려 하루 이틀 마다 않고 하늘을 우러르는 일은 맑고 그윽한 일 오지 않는 전언 대신 겨울이 왔고 바람이 불었다 푸른 이끼가 돋은 약간의 우울에는 쌉싸름한 냉소가 섞여 주저하며 닫지 않은 문 안으로.. 2014.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