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449 실크로드 / 나호열 실크로드 / 나호열 누가 이렇게 이쁜 이름 걸어놓고황홀하게 죽어갔는가무지개그 양쪽 끝에서터벅거리는사랑사막지옥 2013. 4. 18. [스크랩] 바람은 손이 없다 외 / 나호열 바람은 손이 없다 / 나호열 처음부터 바람이었겠는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인줄 알았겠는가 처음부터 눈이 없었고 처음부터 손이 없었다 몸으로 부딪치고 몸으로 부서졌다 그의 사랑은 처음부터 그랬다 종말은 평화로웠다 없는 그의 손이 꽃을 피우고 없는 그의 눈이 잎을 지게 만들었.. 2013. 3. 31. [스크랩] 꽃이 피었다 외 / 나호열 꽃이 피었다 / 나호열 바라보면 기쁘고도 슬픈 꽃이 있다 아직 피어나지 않아 이름조차 없는 꽃 마음으로 읽고 눈으로 덮어버리는 한 잎의 향기와 빛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향일성 向日性의 시간의 촛대 위에 담쟁이 넝쿨 같은 촛불을 당기는 일 내 앞에서 너울대는 춤추.. 2013. 3. 31. [스크랩] 내일이면 닿으리라 / 나호열 내일이면 닿으리라 나호열 내일이면 닿으리라 산새소리에 매화가 피고 시냇물 향기만큼 맑은 그 마을에 가 닿으리라 나그네는 밤길을 걸어야 하는 법 어둠이 피워내는 불빛을 보며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 그것이 멀리에서 바라보아야만 얼굴이 보이는 꽃인지 알아 나.. 2013. 3. 26. 낡아가고... 익어가고 / 나호열 낡아가고... 익어가고 나호열 사그락거리는 내 몸이 배운 단어들을 한 마디로 축약하면 별이다 모래시계 속에서 낙하하는 별들을 또 한 마디로 더 줄이면 바람이다 바람 속에 숨어있는 둥지 안에는 아직 내가 배우지 못한 단어가 부화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낡아가고 그 알은 익어가.. 2013. 3. 21. 종점의 추억 / 나호열 종점의 추억 / 나호열 가끔은 종점을 막장으로 읽기도 하지만 나에게 종점은 밖으로 미는 문이었다. 자정 가까이 쿨럭거리며 기침 토하듯 취객을 내려 놓을 때 끝내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지만 귀잠 들지 못하고 움추려 서서 질긴 어둠을 씹으며 새벽을 기다리는 버스는 늘 즐거운 꿈을 .. 2013. 3. 20. 건봉사, 그 폐허 / 나호열 건봉사, 그 폐허 / 나호열 온몸으로 무너진 자에게 또 한번 무너지라고 넓은 가슴 송두리째 내어주는 그 사람 봄이면 이름 모를 풀꽃들에게 넉넉하게 자리 내어주고 여름에는 우중첩첩 내리쏟는 장대비 꼿꼿이 세워주더니 가을에는 이 세상 슬픔은 이렇게 우는 것이라고 풀무치, 쓰르레.. 2013. 3. 14. 두더지의 눈 / 나호열 두더지의 눈 / 나호열 퇴로를 무너뜨리면서 앞으로 앞으로 기어가는두더지의 작은 눈은 언젠가는 터져 버릴지 모르겠다어둠 속에서 어둠을 더욱 어둠답게 보는 일처럼가슴 따뜻한 일이 또 있을까언젠가 언젠가 지상으로 돋아오를 때아주 미세한 빛에도 눈은 스스로 문을 닫았지만하늘.. 2013. 3. 10. 아다지오 칸타빌레 / 나호열 아다지오 칸타빌레 / 나호열 돌부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자주 넘어졌다너무 멀리 내다보고 걸으면 안돼그리고 너무 빨리 내달려서도 안돼나는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멀리 내다보지도 않으면서너무 빨리 달리지도 않았다어느 날 나의 발이 내려앉고나의 발이 평발임을 알게 되었을 때.. 2013. 3. 4. 너에게 묻는다 / 나호열 너에게 묻는다 - 나호열 유목의 하늘에 양 떼를 풀어놓았다 그리움을 갖기 전의 일이다 낮게 깔려 있는 하늘은 늘 푸르렀고 상형문자의 구름은 천천히 자막으로 흘러갔던 것인데 하늘이 펄럭일 때마다 먼 곳에서 들리는 양떼 울음을 들었던 것이다 목동이었던 내가 먼저 집을 잃었던 모.. 2013. 2. 19. 이전 1 ··· 3 4 5 6 7 8 9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