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441 불타는 詩 / 나호열 불타는 詩 / 나호열 맹목으로 달려가던 청춘의 화살이 동천 눈물 주머니를 꿰뚫었는지 눈발 쏟아지는 어느 날 저녁 시인들은 역으로 나가 시를 읊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 사이에 장미가 피고 촛불이 너울거리는 밤 누가 묻지 않았는데 시인들의 약력은 길고 길었다 노숙자에게 전생을 묻.. 2012. 3. 30. 풍문의 땅 / 나호열 풍문의 땅 / 나호열 나는 가슴보다 작고 터벅터벅 먼 사막보다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 하루 안에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볼 수 없어 말들이 바람처럼 내달리는 곳 평화에 물들었던 나의 전생이 잠든 그곳은 폐허이다 썩을 것은 썩고 무너질 것은 무너졌으나 완강히 묻힐 것을 거부한 말들.. 2012. 3. 2. 기억하리라 / 나호열 당신의 남쪽 바다 끝머리에 서 있고 싶다 기억하리라 / 나호열 오래된 마을에 사람들은 가고 공덕비만 남았다 돌이 굳다고 그 속에 새긴 허명들이 단단하겠는가 남쪽 바닷가 어느 마을의 시비처럼 나도 당신의 남쪽 바다 끝머리에 서 있고 싶다 해풍이 덮고 노을이 쓸어주고 새들도 여린 .. 2012. 2. 27. 어제 저녁 / 나호열 단양 적성산성 적성비 앞 2010.03.26 어제 저녁 나호열 은은한 양탄자 노을은 발자국 소리를 순하게 만들어 산자락을 휘감아 돌아오던 종소리를 기억하고 방금 갓 구운 빵이 적당히 식어가며 뿜어내는 밀밭의 가슴을 더듬게 한다 수런거리는 날숨의 고단함을 오랫동안 기다리다 떠난 사람.. 2012. 2. 26.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12 / 나호열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12 / 나호열 비가 후박나무 앞에 잠시 머물렀다눈물 한 방울드넓은 대지를 적시지 못하지만보이지 않는 뿌리를 향하여 가는한 생애에 발걸음을 남긴다만리 밖에서 어느 사람이 활짝 웃을 때마침 봉오리를 터뜨리는 꽃을 내가 보듯이오늘밤 내리는 성긴.. 2012. 2. 9. 떠도는 섬 / 나호열 떠도는 섬 / 나호열 섬들이 부딪치지 않으려고 파도로 외로움을 만드는 시간 눈에 불심지를 매단 차들이 조심조심 좌우로 앞뒤로 순례의 길을 간다 섬 속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섬 무언의 깜빡이를 켜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는 신을 닮은 우리는 스스로 고독한 채 말문을 닫는다.. 2012. 1. 18. 사막의 금언 / 나호열 마이클 케나 사막의 금언 / 나호열 목마른 자에게는 신기루를 보여주고 꿈을 가진 자에게는 길을 내어준다 몇 십 년 만에 한 번 그것도 한 순간 내리는 비에 눈을 뜨는 풀들과 애벌레들 부드러우면서도 잔인한 침묵의 혀에 매달려 있다 끝까지 가라 앞으로 가거나 뒷걸음질 치거나.. 2012. 1. 16. 나는 물었다 / 나호열 나는 물었다 / 나호열 나는 물었다 나무에게, 구름에게 꽃에게 흐르는 길이며 강물에게 그들은 말하지 않고 조용히 몸짓으로 보여주었다 일인극의 무대 굴뚝이 연기를 높이 피워 올렸다 절해고도 표류자의 독백처럼 표정이 없는 희망이 되는 사전에 없는 어휘가 되는 물음들 아직.. 2012. 1. 16. 눈과 물 / 나호열 눈과 물 / 나호열 날개를 잃은 별들이 소리도 없이 돌아오는 밤 어디쯤 있나 고개 들어 보니 하염없는 꽃 그림자 눈 속으로 지네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그 어디쯤인가 슬픔을 길어올리는 샘물이 있어 기어코 솟아오르고 마는 것인가 누가 눈이고 누가 물인가 가슴에 오래 된 바.. 2012. 1. 15. 밤과 꿈 / 나호열 외국 사진작가의 작품입니다. 밤과 꿈 / 나호열 대체로 지상에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늦은 밤하늘을 바라본다 검은 도화지에 무엇을 그릴 수 있나 망망하게 모르는 사람들 눈빛이 마주칠 때 비로소 태어나는 별들 소름 돋듯 시름 위에 얹히고 멀기는 하지만 손에 잡히지는 않지만.. 2012. 1. 9. 이전 1 ··· 6 7 8 9 10 11 12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