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두더지의 눈 / 나호열

by 丹野 2013. 3. 10.

     

     

    두더지의 눈 / 나호열 

    퇴로를 무너뜨리면서 앞으로 앞으로 기어가는

    두더지의 작은 눈은 언젠가는 터져 버릴지 모르겠다

    어둠 속에서 어둠을 더욱 어둠답게 보는 일처럼

    가슴 따뜻한 일이 또 있을까

    언젠가 언젠가 지상으로 돋아오를 때

    아주 미세한 빛에도 눈은 스스로 문을 닫았지만

    하늘을 훔쳐본 잠깐의 죄

    길섶에 무심히 피어있는 애기똥풀로 지상에 남았다

     

    어쩔 수 없이 땅 밑으로 숨어들어갔지만

    세상을 여전히 그리워 한

    두더지를 생각한다

    그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지상으로 고개 내민 두더지의 눈과 마주친다.

     

     

     사상과 문학 2013년 봄호

      두더지가 지나간 자리

    올해 처음 본 나비들 - 2013년 3월 9일

      

      3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