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인문학/바람의 흔적84 다정한 연인 #4 눈이 오면 찾아가는, 가로등 불빛이 아름다운 골목길 다정한 연인 김경성 세상의 모든 골목은 닮아있다 옆구리에 끼고 가는 골목은 애인 같아서 이따금 무릎 같은 계단에 앉아 쉬었다 가기도 하고 제가 나무인 줄 알고 전단지를 이파리처럼 흔들어대는 전봇대까지도 다정해서 늘 그날인 것처럼 고백 못하는 내 안의 상처나 슬픔까지도 다 받아준다 깊은 저녁 혼자 가는 길을 따라오는 그림자 있어 뒤돌아보면 그도 뒤돌아보며 괜찮다, 괜찮다 토닥토닥 반쯤 접혀서 잘 보이지 않았던 길을 오고 갔던 사람들은 지금 어느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을까 이따금 밥 냄새가 작은 창문을 빠져나와 골목 안쪽까지 배부르게 하고 나는 봄밤에 울컥울컥 피어나는 매화처럼 이파리 한 장 없이도 멀리 아주 멀리 향기 보내는 법을 배운다 골목에서 자라고 .. 2022. 2. 1. 다정한 연인#3 눈이 오면 찾아가는, 가로등 불빛이 아름다운 골목길 우산도 쓰지 않고 카메라 렌즈를 하늘에 대고 셔터를 눌렀다. 어떤 축복처럼 겨울나무 위로 눈이 내렸다. 별이 쏟아지는가, 은하수가 흐르는가 도무지 알 수 없는 눈 내리는 밤,의 황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와 하룻밤 머무는 시간, 따뜻하게 찾아온 눈꽃들에게 감사 감사! 내가 없어도 화분마다 가득히 피어나 화원이 되어버린 제라늄 꽃들에게 감사 감사! 2022. 2. 1. 다정한 연인 #2 눈이 오면 찾아가는, 가로등 불빛이 아름다운 골목길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셔터를 눌렀다. 단 한순간도 똑같은 풍경은 없었다. 눈송이와 가로등 불빛이 빚어내는 황홀! 2022. 2. 1. 다정한 연인 #1 눈이 오면 찾아가는, 가로등 불빛이 아름다운 골목길 오랜만에 집에 왔지만 마감일 넘긴 시 한 편 온종일 퇴고하느라 눈이 오는 줄도 몰랐다. 늦은 밤 카메라를 들고 가로등 불빛이 아름다운 골목길을 찾아서 갔다. 점점 주황 불빛 가로등이 사라져 간다. 2022. 2. 1. 그곳에 있었네 새가 날아간 후 흔들리던 팥배나무가 허공을 쓸어내리고 새가 앉았던 자리에 뭔지 모를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을 것만 같아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날아간 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건너편 숲에서 한 무리의 새가 날아와서 팥배나무 붉은 열매를 부리에 물었다. 말문을 닫고 바라보는 나와 열매로 부리를 닫은 새의 거리는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았다. 새는 나의 눈을 바라보았지만 나는 새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2021. 1. 12. 낯선 골목길을 헤매었다 #2 2021. 1. 7. 낯선 골목길을 헤매었다 #1 눈송이가 한없는 가벼움으로 날갯짓하며 내려왔다.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낯선 골목길을 헤매었다. 어제 밤의 일이다. 2021. 01. 06 2021. 1. 7. 새봄,. 폭설 새봄, 폭설 버드나무 가지에 연두 물빛이 선명한 새봄, 폭설이 내렸습니다. 매화가 피고 봄까치꽃도 벌써 피었는데 종일토록 함박눈이 내리다니요. 온 세상이 온통 하얗습니다. 그래도 봄은 벌써 우리들 가슴속에 깊숙이 와있습니다. 그대여. 봄입니다. 청청한 기운 가득히 들이십시오. 1.. 2020. 2. 17. 허공의 무덤 허공의 무덤 허공의 무덤 김경성 수련 꽃 다 진 연못이 적막하다 이따금 들여다보고 가는 새들이 아니었다면 원시의 늪일 것 같은 저곳은 뻘 속에 뿌리를 내려서 식물들이 처음으로 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중생대의 시간을 끌어내어 울컥울컥 꽃이 피어나게 하는 근원을 생각하게 해준다 .. 2019. 8. 11. 중심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다 중심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다 김경성 2018.08.07 11:0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바깥이라고 생각하는 그곳이 바로 중심이라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2019. 6. 22.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