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1768

나는 가령의 생에서 왔다_멀티버스 / 박지웅 나는 가령의 생에서 왔다_멀티버스 박지웅 어느 날이라는 새가 있다잎사귀만한 새 안에 내가 잠들어 있다 생전에 내 모든 날은 평범했다어느 날과 일요일을 지내거나 낮달로 날려 보내거나돌무덤에 어느 날을 묻어준 것도그럴 만하거나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일들 아무 일 없는 오래전 어느 날을 무덤으로 쓰는,나는 참 이상한 꿈어느 날을 새장에 가두고 어느 날로부터 달아나려는 신을 만났다, 샛강은 없는데 물소리를 건너가는 다리가 희미해져 더 내딛지 못하고 허우적허우적 위독한 밤을 넘기고그처럼 환한 대낮은 처음 보았다 신은 어느 날을 얌전하고 평범한 흰 깃털의 새라고 소개했지만가만히 보니 어느 날은 뒷모습만 남은 새, 아주 얇은 새라서 종이배로 접어 냇가에 띄우면 훨훨 흘러가는 새 신은 혼잣말을 한다, 어느 날은.. 2025. 3. 27.
물의 아이 / 안차애 물의 아이―명리시편 60. 계해일주(癸亥日柱)    안차애   몇 생을 흐른 것인지,물도 오래 흐르면 화석이 되는 걸까 물이 물을 씻어서 낸 색이아이와 노인을 번갈아 입는다 남들은 투명이라 부르지만주저흔보다 오래된 켜 켜의 표정이다 마녀처럼 미녀처럼 새벽안개를 헤치고 나타나산책 같이 하실래요건너편 동에 사시죠명랑하지는 않지만 무심무심 몇 굽이 같이 흐른다 먼 길 떠났다 돌아오는 물소리나, 푸른 소沼의 한식경처럼어둠에 섞여 있어도 어둡지 않고고인 웅덩이에서도 초점을 밀어 올린다 성소를 만난 죄인의 심정이 이럴까내 죄의 연대와 내력을 주섬주섬 풀어놓고 싶다 오래 외로워서 많이 검어졌다고우는 것보단 죄 짓는 걸 택했다고,밀린 고해성사라도 하고 싶었다 헤어질 모퉁이에선물의 뼈 하나 툭 던져주듯낮은 인사를,   .. 2025. 3. 18.
파란 우체통 (외 1편) / 윤옥주 파란 우체통 (외 1편) 윤옥주 양고기가 구덕구덕 말라 가는 헛간을 지나면 진한 안개를 밟고 미끄러진 적 있는 우체통이 있다 더듬더듬 써 내려가던 그 시절의 편지는 우슬이 되어 희미하고 먼 어느 창문에 가 붙어 있다 눈가에서 말라 가는 잠자리 날개 잡을 수 없는 세계를 이어 주던 길목을 기웃거리고 안개를 딛고 서 있는 낭떠러지 앞에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딘다 청동거울의 뒷면으로 저녁이 온다 구부러진 길에 도화지의 파란 물감이 굳어 있다 나는 어디쯤 수신되고 있는가 지평선은 소실점을 향해 길어지고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예배당의 종소리 홀로 창가를 서성이는 편지들이 잠자리의 날개를 지나 내게 도착한다 눈사람과 염소 눈사람이 염소 곁에 배경 화면처럼 서 있다 눈사람은 눈이 부실 때마다 .. 2025. 3. 8.
아름답고 기이한 삶의 방식 / 조용미 아름답고 기이한 삶의 방식 조용미 기차가 지나가고 잠시 후 또 기차가 왔는데기차 안에 있는 누군가혼이 빠진 듯한 얼굴로 내게 이렇게 말해요 먼저 지나간 기차를 왜 타지 않았냐고,당신이 그 기차를 타지 않아서나는 곧 죽어야 한다고 이 역에서 당신을 보게 되면,죽게 된다는꿈의 예언을 받았다고 현재란 내게 그런 거예요 나는 불길한 꿈에서 깨어났고 그가 꾸었다는 꿈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수많은 꿈이 우리를 삶 속으로데려옵니다 빈틈없는 현재가 우리를꿈속으로 데려갑니다 서로 스치는 순간이 었었을 거예요꿈과 현재가그게 현재 쪽인지 꿈 쪽인지는중요하지 않아요 이 크나큰 세상은 내게 그런 거예요기이하고 아름답지만 언제나다정하지는 않습니다 타야 할 기차를 놓치고 사람을 잃고, 다시 잠들어요 .. 2025. 3. 8.
빛이 내린 숲 / 정현우 빛이 내린 숲 정현우 식탁 위에 은수저가 잡히지 않는다나의 꿈 바깥으로 칼날이 지나간다부드러운 빵이 놓이고밤은 완연하고 나무들의 걸음을 옮길 수 없다 ​ 여긴 아직 우리 집이야, 창밖 숲이 일어서고 검은 숲의 은유가 잠을 지운다 ​ 활강하는 흰 매들과 혼곤히 시작되는 숲의 시작과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지는 알 수 없다햇빛이 혼들리는 물결,빛을 도래하는 잎맥의 혈관이 투명하다심장은 몸 밖으로 자라는 것,빛으로 짜인 모자이크, ​ 새는 검푸른 심장을 끌어안고 햇살은 어둠을 거둬들이고, 죽은 당신의 꿈속을 지나가는 함구 속으로 자유의 집과 동물과 언덕과 나무들을, 이 숲의 시간은 잎이 지는 반대쪽으로 흐른다 과거로 이어지는 시간을 생각하며 나는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손거울이 보인다 미간에 금이 간다 서.. 2025. 3. 8.
그리운 중력重⼒ (외 1편) / 강영은 그리운 중력重⼒ (외 1편) ​ 강영은 ​ 평생 걷다가 한 번쯤 만나는 그대가 극지(極地)라면 함박눈 쌓이는 하룻밤쯤은 극지로 가는 열차를 꿈꾸어도 좋겠네. ​ 기차보다 먼저 도착하는 기적 소리에 실려 한 번도 닿지 않은 그대 마음속, 극지로 떠나보는 것도 좋겠네. ​ 함박눈 맞으며 걷고 있는 나는 여기 있지만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는지, 얼어붙은 빙하가 녹고 있는지 ​ 묵묵히 선 빙벽 아래 길을 내고 고요 속에 싹 트는 한 송이 꽃을 기다릴 수 있으리. 지구상에 홀로 남은 동물처럼 가다가, 서다가, 돌아서서 울다가 얼어붙은 대지와 한통속이 된들 어떠리. 발자국만 남긴 그림자처럼 흔적 없이 사라진 미증유의 존재면 어떠리. ​ 만남은 여기보다 조금 더 추운 곳에서 얼어붙고 헤어짐은 여기보다 조금 더.. 2025. 3. 8.
창신 빌라 / 김승필 [김승필] 창신 빌라 - https://naver.me/FW6gxZek [김승필] 창신 빌라창신 빌라김승필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이 있다 태풍 매미로 어미 아비 잃은 일층 봉구슈퍼 사내아이들이 좁아터진 방에서 창문을 벌컥 열어두고 잠을 잔다 팔뚝을 서로 포개놓고 www.cnpnews.co.kr 2025. 3. 6.
등단도 우정도 40년… 작년 2인 시집 낸 우리는 영원한 ‘文靑’[자랑합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692800?sid=102 우리가 동인지를 준비하고 출간하던 바로 그 시절에 대학생 김종철과 이한열이 공권력에 의해 죽었다. 6·10항쟁은 정국을 난타한 성난 파" data-og-host="n.news.naver.com" data-og-source-url="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692800" data-og-image="https://scrap.kakaocdn.net/dn/cOGgKB/hyYm3XyOOW/iuUMvm0wpa9f2R6SM2QZG0/img.jpg?width=650&height=409&face=320_55_353_92" data-og-url="https://n.news.n.. 2025. 3. 3.
두 촌놈이 서울서 만나 40년 詩 우정 나누며 문학 위기 헤쳐나와[자랑합니다] http://v.daum.net/v/20250225091517585 두 촌놈이 서울서 만나 40년 詩 우정 나누며 문학 위기 헤쳐나와[자랑합니다]두 촌놈이 있었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청주에 있는 충북대 국문학과로 유학 간 윤승천은 58년생 개띠였다.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김천에서 자란 이승하는 중앙대 문창과를 나왔는데 60년생 쥐v.daum.net 2025. 3. 3.
염소와 나와 구름의 문장​(외 2편) / 김태형 염소와 나와 구름의 문장​(외 2편) ​   김태형 ​ 며칠 전 작은 구름 하나가 지나간 곳을 찾아가는 중입니다풀을 뜯으러 가고 있습니다몇 방울 비가 내린 자리에 잠시초원이 펼쳐지겠지요이름을 가진 길이 이곳에 있을 리 없는데도이 언덕을 넘어가는 길이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물어봅니다이름이 없는 길을한 번 더 건너다보고서야언덕을 넘어갑니다머리 위를 선회하다 멀찌감치 지나가는 솔개를이곳 말로 어떻게 부르는지 또 물어봅니다언덕 위에 잠시 앉아 있는 검독수리를하늘과 바람과 모래를방금 지나간 한 줄기 빗방울을끝없이 펼쳐진 부추꽃을밤새 지평선에서부터 저편으로건너가고 있는 별들을그리고 또 별이 지는 저곳을여기서는 무엇이라 부르는지 물어봅니다어떤 말은 발음을 따라 하지 못하고개울처럼 흘러가는 소리만을 들어도 괜찮지만이곳.. 2025.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