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기이한 삶의 방식
조용미
기차가 지나가고 잠시 후 또 기차가 왔는데
기차 안에 있는 누군가
혼이 빠진 듯한 얼굴로
내게 이렇게 말해요
먼저 지나간 기차를 왜 타지 않았냐고,
당신이 그 기차를 타지 않아서
나는 곧 죽어야 한다고
이 역에서 당신을 보게 되면,
죽게 된다는
꿈의 예언을 받았다고
현재란 내게 그런 거예요
나는 불길한 꿈에서 깨어났고 그가 꾸었다는 꿈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수많은 꿈이 우리를 삶 속으로
데려옵니다 빈틈없는 현재가 우리를
꿈속으로 데려갑니다
서로 스치는 순간이 었었을 거예요
꿈과 현재가
그게 현재 쪽인지 꿈 쪽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 크나큰 세상은 내게 그런 거예요
기이하고 아름답지만 언제나
다정하지는 않습니다
타야 할 기차를 놓치고 사람을 잃고, 다시 잠들어요
—계간 『가히』 2024 겨울호
-----------------------
조용미 / 1990년 《한길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 『당신의 아름다움』 『초록의 어두운 부분』.
'이탈한 자가 문득 > 향기로 말을거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의 아이 / 안차애 (0) | 2025.03.18 |
---|---|
파란 우체통 (외 1편) / 윤옥주 (0) | 2025.03.08 |
빛이 내린 숲 / 정현우 (0) | 2025.03.08 |
그리운 중력重⼒ (외 1편) / 강영은 (0) | 2025.03.08 |
창신 빌라 / 김승필 (0) | 2025.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