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441 *애비뉴 로드 555번지 / 나호열 *애비뉴 로드 555번지 나호열 떠나 왔다 허리케인은 지금 어디쯤을 지나고 있나 군데군데 색칠이 벗겨진 벤치 나무들은 서둘러 잎을 물들이고 제 몸을 삭제시키고 있다 낮에는 매미가 울고 밤이면 귀뚜라미가 우는 구월 허리케인은 길을, 신호등을 무시한다 바람을 가득 품은 저 차들. 저 .. 2012. 8. 2. 길을 찾아서 / 나호열 타클라마칸 명사산 길을 찾아서/ 나호열 옷고름 여미듯이 문을 하나씩 닫으며내가 들어선 곳은 어디인가은밀하게 노을이 내려앉던 들판 어디쯤인가꿈 밖에 떨어져 있던 날개의 털 길 모퉁이를 돌아 더러운 벤치에 어제의 신문을 깔고 누운 사람이여어두운 계단을 점자를 읽듯이 내려가.. 2012. 7. 10. 풍문의 땅 / 나호열 풍문의 땅 / 나호열 나는 가슴보다 작고 터벅터벅 먼 사막보다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 하루 안에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볼 수 없어 말들이 바람처럼 내달리는 곳 평화에 물들었던 나의 전생이 잠든 그곳은 폐허이다 썩을 것은 썩고 무너질 것은 무너졌으나 완강히 묻힐 것을 거부한 말들.. 2012. 6. 16. 사막에 살다 / 나호열 사막에 살다 / 나호열 사막에 살기 위하여 나는 늑대가 되었다숲에서는 모두들 나를 피해 달아나지만이곳에서는 오로지 나 혼자일 뿐혼자만의 바람이 불고 혼자만의 달이 떠서추위에 떨고 있는 나와혼자 부르는 어떤 이름과 돌아갈 길을 잃어버리는이곳에서 멀다 사랑이여굶주림으로 .. 2012. 6. 7. 모란꽃 무늬 화병 / 나호열 모란꽃 무늬 화병 / 나호열 한 겨울 낟알 하나 보이지 않는 들판 한 가운데 외다리로 서서 잠든 두루미처럼 하얗고 목이 긴 화병이 내게 있네 영혼이 맑으면 이 생에서 저 생까지 환히 들여다보이나 온갖 꽃들 들여다 놓아도 화병만큼 빛나지 않네 빛의 향기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구문.. 2012. 6. 4. 낙타에 관한 질문 / 나호열 낙타에 관한 질문 / 나호열 낙타를 보면 슬프다 사막을 건너가며 입 안 가득 피 흘리며 거친 풀을 먹는다는 것이 사막에서 태어나서 사막에서 죽는다는 것이 며칠이고 사막을 건너가며 제 몸 속에 무거운 물을 지고 목마름을 이기는 것이 낙타를 보면 못 생겨서 슬프고 등 위로 솟은 혹을 .. 2012. 5. 30. 그림자의 추억 / 나호열 그림자의 추억 / 나호열 꽃이 지고 꽃 그림자 울렁울렁 가슴에 닿으면 지우고 또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 또는 발자국 토닥토닥 어디로 가고 있나 짧아서 아름다운 생인가 이 봄 옮겨 놓아야 할 꿈이 이렇게 많은데 2007년-미발표작 2012. 5. 17. 봄에서 여름으로 / 나호열 봄에서 여름으로 / 나호열 오전 7시에서 8시로 가는 페이지 235에서 236페이지로 가는 그 사이에 눈이 내린다 사월의 겨울나무 위에 돋는 상추 그 푸른 상처가 세상을 경이로 이끈다 쌓이지 않는 관념들 그리움의 옷자락에 얼핏 비치는 투명한 살의 이끌림 아작아작 밀어 올리는 풀빛 무거.. 2012. 4. 23. 내일이면 닿으리라 / 나호열 화엄사 흑매 내일이면 닿으리라 나호열 내일이면 닿으리라 산새소리에 매화가 피고 시냇물 향기만큼 맑은 그 마을에 가 닿으리라 나그네는 밤길을 걸어야 하는 법 어둠이 피워내는 불빛을 보며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 그것이 멀리에서 바라보아야만 얼굴이 보이는 꽃인지 알아 .. 2012. 4. 18. 건봉사, 그 폐허 / 나호열 건봉사, 그 폐허 / 나호열 온몸으로 무너진 자에게 또 한번 무너지라고 넓은 가슴 송두리째 내어주는 그 사람 봄이면 이름 모를 풀꽃들에게 넉넉하게 자리 내어주고 여름에는 우중첩첩 내리쏟는 장대비 꼿꼿이 세워주더니 가을에는 이 세상 슬픔은 이렇게 우는 것이라고 풀무치, 쓰르레.. 2012. 3. 30. 이전 1 ··· 5 6 7 8 9 10 11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