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441 수행修行 / 나호열 修行 나호열 내가 오랫동안 해온 일은 무릎 꿇는 일이었다 수치도 괴로움도 없이 물 흐르는 소리를 오래 듣거나 달구어진 인두를 다루는 일이었다 오늘 벗어 던진 허물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때와 얼룩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함부로 팽개치지 않는 사람은 자동세탁기를 .. 2013. 9. 5. 가을 편지 / 나호열 가을 편지 / 나호열 당신의 뜨락에 이름모를 풀꽃 찾아왔는지요눈길 이슥한 먼 발치에서촛불 떨어지듯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는 꽃어느날 당신이 뜨락에 내려오시면이미 가을은 깊어당신은 편지를 읽으시겠는지요머무를 수 없는 바람이 보낸당신을 맴도는 소리죽인 발자국과까만 눈동.. 2013. 9. 1. [악보] 눈물이 시킨 일 / 나호열 눈물이 시킨 일 / 시ᆞ나호열 작곡ᆞ나유성 2013. 8. 10. [스크랩] 어슬렁, 거기 / 나호열 어슬렁, 거기 - 거진에서 .. 2013. 8. 9. 창 / 나호열 창 나호열 창을 갖고 싶었다.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그 틈으로 하늘을 보았다. 아니 처음에는 길고 높은 벽이 보였다. 그 벽에 다시 구멍을 내자 하늘은 실핏줄같은 강 내음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마음의 창에 가득 번져오르던 울음 빛은 흘러가야만 보인다 창과 구멍을 구별하.. 2013. 8. 8. 약속 / 나호열 약속 나호열 먼 길을 걸어온 사람에게 다시 먼 길을 돌아가라고 말 하는 대신 나는 그의 신발에 입맞춤 하겠네 힘든 오르막 길 이었으니 가는 길은 쉬엄쉬엄 내리막 길이라고 손 흔들어 주겠네 지키지 못할 것이기에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기에 약속은 사전에 있는 것이네 그대가 왔던 길.. 2013. 7. 30. 눈빛으로 말하다 / 나호열 눈빛으로 말하다 / 나호열 떠나보지 않은 사람에게 기다려 보지 않은 사람에게 손아귀에 힘을 주고 잔뜩 움켜쥐었다가 제 풀에 놓아버린 기억이 없는 사람에게 그리움은 찾아오지 않는다 달빛을 담아 봉한 항아리를 가슴에 묻어놓고 평생 말문을 닫은 사람 눈빛으로 보고 눈빛으로 듣는.. 2013. 7. 5. 떠도는 섬 / 나호열 떠도는 섬 나호열 섬들이 부딪치지 않으려고 파도로 외로움을 만드는 시간 눈에 불심지를 매단 차들이 조심조심 좌우로 앞뒤로 순례의 길을 간다 섬 속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섬 무언의 깜빡이를 켜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는 신을 닮은 우리는 스스로 고독한 채 말문을 닫는다 길 위에 .. 2013. 7. 4. 꽃 / 나호열 꽃 / 나호열 저것은 하나님이 떨구고 간 한 장의 그림자 흘러가는 시간의 한 순간의 멈춤 슬픔과 기쁨 그 사이의 고요한 休止符 1. Tosca Fantasy / Edvin Marton 2013. 6. 25. 거기에 있었다 / 나호열 거기에 있었다 / 나호열 -용장사지 3층 석탑 내가 걸어왔던 길을 가시덤불 헤치며 다가오는 사람아 이 절벽을 오르기 위해서는 한번은 푸른 하늘을 보아야 하리 공손히 허리를 굽혀야 하리 몇 번인가 무너져서 소리 없이 흩어지고 싶었으나 허공의 깊은 힘이 천 년을 떠받들고 앞으로도 .. 2013. 5. 25. 이전 1 2 3 4 5 6 7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