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448 저녁 부석사 / 나호열 저녁 부석사 / 나호열 무량수전 지붕부터 어둠이 내려앉아 안양루 아랫도리까지 적셔질 때까지만 생각하자 참고 참았다가 끝내 웅얼거리며 돌아서버린 첫사랑 고백 같은 저 종소리가 도솔천으로 올라갈 때까지만 생각하자 어지러이 휘어 돌던 길들 불러 모아 노을 비단 한 필로 감아올.. 2013. 11. 26. 촉도(蜀道) / 나호열 촉도(蜀道) 나호열 경비원 한씨가 사직서를 내고 떠났다 십 년 동안 변함없는 맛을 보여주던 낙지집 사장이 장사를 접고 떠났다 이십 년 넘게 건강을 살펴주던 창동피부비뇨기과 원장이 폐업하고 떠났다 내 눈길이 눈물에 가닿는 곳 내 손이 넝쿨손처럼 뻗다 만 그곳부터 시작되는 촉도 .. 2013. 10. 12. 강물에 대한 예의 / 나호열 2013. 9. 30. 보름달 / 나호열 보름달 / 나호열 보름달이 가고 있어요 둥글어서 동그라미가 굴러가는 듯 한 줄기 직선이 남아 있어요 물 한 방울 적시지 않고 강을 건너고 울울한 숲의 나뭇가지들을 흔들지 않아 새들은 깊은 잠을 깨지 않아요 빛나면서도 뜨겁지 않아요 천 만개의 국화 송이가 일시에 피어오르면 그 향.. 2013. 9. 18. 북 / 나호열 김완하의 시 한편 - 북 대전일보 2013-08-06 18면기사 편집 2013-08-05 21:14:31 - 북 / 나호열(1953~ ) 북은 소리친다 속을 가득 비우고서 가슴을 친다 한 마디 말 밖에 배우지 않았다 한 마디 말로도 가슴이 벅차다 그 한 마디 말을 배우려고 북채를 드는 사람이 있다 북은 오직 그 사람에게 말을 건다.. 2013. 9. 18. 밤바다 / 나호열 밤바다 - 신두리에서 나호열 이놈아, 받아 적거라! 어딘들 바다가 아니고 누군들 바다가 아니겠느냐 길을 버린 생의 행간으로 달려드는 일만 마리의 말발굽 소리 다시 읽으려 하니 일 만 송이 꽃 지는 소리 저 부풀어 오른 보자기 나비 매듭을 깨물어 보는 밤 모래, 해당화, 바람, 발자국..... 2013. 9. 18. 변검 變臉의 하루 / 나호열 변검 變臉의 하루 나호열 구둣발에 밟히지 않으려고 지렁지렁 땅속으로 기어 다니다 무엇에 홀린 듯 무슨 새싹이라도 되는 듯 지상으로 올라와 용트림하다가 번뜩 눈을 뜨니 원래 나는 눈이 없었다 수컷 공작처럼 온갖 문양의 날개를 펼쳐 보이겠다고 스스로 다리 난간을 넘어갔으나.. 2013. 9. 16. 수행修行 / 나호열 修行 나호열 내가 오랫동안 해온 일은 무릎 꿇는 일이었다 수치도 괴로움도 없이 물 흐르는 소리를 오래 듣거나 달구어진 인두를 다루는 일이었다 오늘 벗어 던진 허물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때와 얼룩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함부로 팽개치지 않는 사람은 자동세탁기를 .. 2013. 9. 5. 가을 편지 / 나호열 가을 편지 / 나호열 당신의 뜨락에 이름모를 풀꽃 찾아왔는지요눈길 이슥한 먼 발치에서촛불 떨어지듯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는 꽃어느날 당신이 뜨락에 내려오시면이미 가을은 깊어당신은 편지를 읽으시겠는지요머무를 수 없는 바람이 보낸당신을 맴도는 소리죽인 발자국과까만 눈동.. 2013. 9. 1. [악보] 눈물이 시킨 일 / 나호열 눈물이 시킨 일 / 시ᆞ나호열 작곡ᆞ나유성 2013. 8. 10. 이전 1 2 3 4 5 6 7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