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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444

어슬렁, 거기 / 나호열 어슬렁, 거기 / 나호열 - 거진에서 빨간 심장을 닮은 우체통엔 방파제를 넘어온 파도가 팔딱거리고 그 옆 딸깍 목젖을 젖히며 그리운 이름을 부르는 공중전화는 수평선에 가 닿는다 신호등은 있으나마나 건너가고 싶으면 건너고 멈추고 싶으면 그만인 언제나 토요일 오후 그 시간에 느리.. 2013. 1. 25.
저녁 부석사 / 나호열 저녁 부석사 / 나호열 무량수전 지붕부터 어둠이 내려앉아 안양루 아랫도리까지 적셔질 때까지만 생각하자 참고 참았다가 끝내 웅얼거리며 돌아서버린 첫사랑 고백 같은 저 종소리가 도솔천으로 올라갈 때까지만 생각하자 어지러이 휘어 돌던 길들 불러 모아 노을 비단 한 필로 감아올.. 2012. 12. 21.
삶. 2 / 나호열 삶. 2 나호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다 2012. 12. 14.
바람으로 달려가 / 나호열 바람으로 달려가 / 나호열 달리기를 해 보면 안다속력을 낼수록 정면으로 다가서서더욱 거세지는 힘그렇게 바람은 소멸을 향하여 줄기차게 뛰어간다는 사실을그러므로 나의 배후는 바람으로바람으로 그대에게 다가간다는 것을달리기를 해 보면 안다소멸을 향하여 달려가는 바람과 멀.. 2012. 12. 10.
꽃 피고, 꽃 지고 / 나호열 꽃 피고, 꽃 지고 / 나호열 꽃이란 꽃을 다 좋아할 수는 없지만 꽃이란 꽃이 죄다 아름다운 것은 피거나 지거나 그 사이가 생략되기 때문이다 기쁨과 슬픔을 하나의 얼굴로도 충분히 물의 깊이로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꽃 같은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물 흐르듯 같이 .. 2012. 11. 21.
고한에서 / 나호열 고한에서 나호열 길은 옛길이 좋아 강 따라 구비치며 가다가 그리움이 북받치면 여울목으로 텀벙 뛰어들고 먼 이름 부르고 싶으면 산허리를 칭칭 동여매어 돌다가 목이 매이고 말지 그렇게 낮게 낮게 풀꽃마냥 주저앉은 사람들 고난으로 땀흘리는 마을이라고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이름을.. 2012. 11. 20.
나호열 / 가을시편 모음 사진 / p r a h a 가을 시편 모음 / 나호열 가을 / 나호열 툭…… 여기 저기 목숨 내놓는 소리 가득한데 나는 배가 부르다 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서러운 나이 그 숨찬 마루턱에서 서서 입적(入寂)한 소나무를 바라본다 길 밖에 길이 있어 산비탈을 구르는 노을은 여기저기 몸을 남긴다 생(生).. 2012. 11. 1.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 나호열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 나호열 혼자 서지 못함을 알았을 때 그것은 치욕이었다 망원경으로 멀리 희망의 절벽을 내려가기엔 나의 몸은 너무 가늘고 지쳐 있었다 건너가야 할 하루는 건널 수 없는 강보다 더 넓었고 살아야 한다 손에 잡히는 것 아무 것이나 잡았다 그래, 지금 이 .. 2012. 10. 27.
봉선사 종소리에 답함 / 나호열 2012. 10. 22.
보름달 / 나호열 Moon Indigo - by Blake Desaulniers 보름달 / 나호열 보름달이 가고 있어요둥글어서 동그라미가 굴러가는 듯한 줄기 직선이 남아 있어요물 한 방울 적시지 않고 강을 건너고울울한 숲의 나뭇가지들을 흔들지 않아새들은 깊은 잠을 깨지 않아요빛나면서도 뜨겁지 않아요천 만개의 국화 송이가 일.. 2012.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