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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르네 마그리트의 창 / 나호열

by 丹野 2013. 1. 25.

 

 

르네 마그리트의 창

 나호열

 

하도 하늘이 푸르러

연을 날릴까

낚싯대를 드리울까 하다가

두레박을 깊이 내렸다

 

 

탯줄이 끊긴 연은 결국

총총한 별이 되었고

뭉툭한 낚시고리는 구름 한 장 낚지 못하였는데

두레박은 아직도 허공을 내려가는 중이다

 

 

손바닥만한 마음의 창도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저 푸른 하늘 한 조각이면

맑은 창 하나 너끈히 만들어

욕심내지 않은 세상을 바라보게 할 수 있을 텐데

 

 

저렇게 하늘이 푸른 것은

수많은 새들의 하염없는 날갯짓과

먼 길 마다하지 않은 발자국이 채워진 까닭

절망의 밤

수틀에 얹힌 별들이 아프게 돋아올랐던 까닭

 

 

저 푸른 하늘을 깜냥껏 나눠가질 수 있어

조금은 더 배고파도 넉넉하겠다

 

 

 

 

다시올문학 2013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