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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가을 편지 / 나호열

by 丹野 2013. 9. 1.

     

      

     

     

    가을 편지 / 나호열

     

     

    당신의 뜨락에 이름모를 풀꽃 찾아왔는지요
    눈길 이슥한 먼 발치에서
    촛불 떨어지듯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는 꽃

    어느날 당신이 뜨락에 내려오시면
    이미 가을은 깊어
    당신은 편지를 읽으시겠는지요

    머무를 수 없는 바람이 보낸
    당신을 맴도는 소리죽인 발자국과
    까만 눈동자 같은 씨앗들이
    눈물로 가만가만 환해지겠는지요

    뭐라고 하던가요
    작은 씨앗들은
    그냥 당신의 가슴에 묻어 두세요
    상처는 웃는다 라고
    기억해 주세요

    당신의 뜨락에 또 얼마마한 적막이 가득한지요

     

     

     

     

     

     

    가을 편지  · 1 / 나호열

     

    그대 생각에 가을이 깊었습니다
    숨지지 못하고 물들어 가는
    저 나뭇잎같이
    가만히
    그대 마음 가는 길에
    야윈 달이 뜹니다

     

     

     

     

     

     

    가을 편지 · 2 / 나호열

     

     

    구월
    바닷가에 써 놓은 나의 이름이
    파도에 쓸려 지워지는 동안

    구월
    아무도 모르게
    산에서는 낙엽이 진다

    잊혀진 얼굴
    잊혀진 이름
    한아름 터지게 가슴에 안고

    구월
    밀물처럼 와서
    창 하나를 맑게 닦아 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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