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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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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이 되어버린 소리 / 강치두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32 [강치두] 경전(經典)이 되어버린 소리경전(經典)이 되어버린 소리강치두바람의 젖은 옷자락을 붙잡아 본 적 있는가뼛속 바람의 숨구멍을 틀어막지 말라지친 바람이 휴식을 끝낼 때까지 돌아서지 말라수천 년 심장 속 화석이 되어있www.cnpnews.co.kr 2025. 2. 4.
따뜻한 황홀 / 김경성 [김경성] 따뜻한 황홀 - https://naver.me/xxYQs4y3 [김경성] 따뜻한 황홀따뜻한 황홀김경성어떤 나무는절구통이 되고또 다른 나무는 절굿공이가 되어서로 몸을 짓찧으며 살아간다몸을 내어주는 밑동이나몸을 두드리는 우듬지나제 속의 울림을 듣는 것은 똑같다몸이www.cnpnews.co.kr 2025. 1. 31.
다정한 연인 / 김경성 다정한 연인 김경성 세상의 모든 골목은 닮아있다 옆구리에 끼고 가는 골목은 애인 같아서 이따금무릎 같은 계단에 앉아 쉬었다 가기도 하고 제가 나무인 줄 알고전단지를 이파리처럼 흔들어대는 전봇대까지도 다정해서늘 그날인 것처럼고백 못하는 내 안의 상처나 슬픔까지도 다 받아준다 반쯤 접혀서 잘 보이지 않았던 길을 오고 갔던 사람들은지금 어느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을까 이따금 밥 냄새가 작은 창문을 빠져나와 골목 안쪽까지 배부르게 하고나는 봄밤에 울컥울컥 피어나는 매화처럼 이파리 한 장 없이도멀리 아주 멀리 향기 보내는 법을 배운다 골목에서 자라고 익어갔던 사람들이먼 곳에서 불쑥 찾아와서제 안의 숨은 그림을 찾아 퍼즐을 맞추며어떤 조각은 생각하지 말자고 눈 속에 비치는 제 얼굴을 바라본다 휘어지고 구.. 2025. 1. 26.
매듭 외 3편 / 신현락 매듭 (외 3편) 신현락 인류 최초의 문자는 매듭이었다금기와 결속의 끈을 확인하고자 하는 욕망이낳은 결승문자 금줄에 엮어진 붉은 고추와 푸른 솔울음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가어둠을 헤치고 생가의 대문에 내건최초의 문자를 온전히 나의 것이라 할 수 있을까내 이름이 조상에 의해 태어났듯이지금 내가 쓰는 문자의 팔 할은그곳으로부터 흘러온 것이다당신에게 보내는 나의 문자에완강한 금기의 영역표시가 배어 있는 건 내 탓이 아니다내가 나에게 걸려 넘어져도 당신이 같이 넘어지고당신이 당신에게 걸려 넘어져도 내가 같이 넘어지는 것이어서이건 옳지 않다고 침묵을 택한다 해도침묵은 또한 말의 결승문자인 것당신의 침묵에 걸려 넘어진 기억이한두 번이 아니다나를 넘어설 최후의 문자는 무엇일까울음? 침묵?배냇저고리에 .. 2025. 1. 25.
발다로의 연인들 / 강인한 발다로의 연인들강인한 독화살이 심장을 파고들어 마침내 숨을 끊은콸콸 더운 피를 끄집어낸 곳, 여기쯤인가 부러진 뼈 한 도막몇 날 몇 밤의 증오를 순순히 받아들인 곳피는 굳고, 벌들이 찾던 꽃향기는 언제 희미해진 것일까 부릅뜬 눈으로 빨아들인 마지막 빛은사랑하는 이여 당신의 눈, 햇빛보다 부신 웃음이었다껴안은 팔에서 부서져 내리는 허무한 흙덩이잘 가라, 우리들 포옹 아래로 흘러가는 시간이여눈보다 희고 부드러운 시간들이여 꿀처럼 달고 보드라운 당신의 입술은아름다운 노래를 버리고 어디로 갔나 만토바의 하늘을 스치는한 덩이 구름, 한 줄기 놀빛으로 산을 넘어서늘한 밤의 대기가 되고내 온몸을 거울처럼 담아 빛나던 당신의 눈은벌써 여름밤 별자리로 찾아가 맑게 빛나고 있거니 부패라는 것, 오 망각이란가시 많은 사.. 2025. 1. 25.
물상物象 / 강인한 물상物象 강인한 한 컵의 물이 공중에서 엎질러진다. 물은침묵이 무서워서 저희끼리 꽉 부둥켜안은 채공처럼 떠 있다. 무서움과 무서움으로 결합된물의 혼은허공에서 일순 유리공의 탄성을 지닌다. —계간 《시인시대》 2024 겨울, ‘다시 읽는 짧은 시, 깊은 울림’ 2025. 1. 25.
시창작의 기본 / 나호열 시창작의 기본나호열 1. ‘시가 무엇인가?’ 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고 집착하지 않는다. 시는 설득의 문학이 아니라 암시의 문학임을 이해한다. (춤은 동작 자체의 미를 추구하고, 걸음은 목적지로 다가서는 것이다) 2. 시의 생명은 하고 싶은 메시지를 압축과 비약을 적절하게 사용하는데 있다.(상징과 이미지 중심) 3. 주제와 소재에 대한 개념을 숙지한다. (주제: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의 요지, 소재: 주제를 잘 드러내게 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도구) 4. 어려운 한자어, 겉으로 멋있는 단어에 집착하지 말 것.5. 비유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 (직유 simile: 비교를 통한 유사성 추구) (은유 metaphor: 유사성의 측면 직관과 상상력) (환유: 인접성) (우유 allegory: 속담 우화) (반어법.. 2025. 1. 24.
신발을 생각하다 / 황정산 신발을 생각하다 황정산 신발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안다, 그 갑작스런 공포를초등학교 교실에서 두 번, 술집에서 한 번상갓집에서 또 두 번 그리고 꿈속에서 무수히 많이신발을 잃고 난 요의(尿意)를 느끼고사람들은 순식간에 사라진다어찌 돌아왔을까?그래도 난 여기 와 있다 신발은 매번 발에 맞지 않는다약간 작은 신발에 엄지발가락은 멍들고발뒤축은 까져 진물 흐른다헐거운 발목이 빨아들인 모래는수많은 이빨이 되고 형극이 되고발에 맞는 신발도 있었다 딱 한 번비싸게 주고 산 미제 트레킹화양복에 신고 나갔다 웃음거리가 된 후더는 신지 못했다 하늘을 나는 꿈을 꿀 때내가 신발을 신고 있었는지 궁금했다꿈속에서 때로 물속에 잠겨 허우적거리다신발을 벗어들거나입에 물기도 했다 신발이 없으면 내가 없다그래도 나의.. 2025. 1. 24.
컵 / 홍일표 컵 홍일표 컵은 깨지면서 본색을 드러낸다 그게 너였니?컵은 컵을 떠나는 순간 제 이름을 지우고전모를 보여준다형상을 버린 마음들이 추상으로 흩어져 있다 다행히 컵에 대한 해석은 무한으로 이어진다유리조각은 흉기가 되고차갑고 투명한 별이 되기도 한다 흉기와 별을 동시에 품고 있던 컵의 과거를 조금씩 이해한다 식당 종업원이 달려와 컵의 유골을 수습한다 다시 컵으로 돌아가지 못할 몇 조각의 기억들, 어디선가 날개 다친 새가 날아와 입안에서 부서진 노래를 퉤퉤 뱉어낼 것 같다 그럴 수 있지깨지기 쉬운 허공이니까누구나 부서져서 돌아가는장소니까 단숨에 일생을 고백한 컵처럼눈앞에 없는봄날의 조각 난 얼굴처럼 ―계간 《시결》 2024 겨울호-----------------------홍일표 .. 2025. 1. 24.
상주, 하머스 / 김승필 [김승필] 상주, 하마스 - https://naver.me/G7Vfwnan [김승필] 상주, 하마스상주, 하마스김승필상처는 아물어도 흔적을 지울 수 있을까아직 떫은 내가 훅 끼치는 아랫목이 늙은 주인을 야곰야곰 불러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여물면 제때 알아서 떨어지는 성할 날 없던 www.cnpnews.co.kr 2025. 1. 23.
청동화로靑銅火爐 / 나호열 청동화로靑銅火爐 / 나호열 이 세상 가장 낮은 땅, 강 하구 뻘밭에 금가고 깨진 청동화로가 가슴에 강과 바다를 가득 품고 있었다. 스스로 어떻게 뜨거워질 수 있었겠는가 그대가 말없이 태우던 잿빛 문장이 한번 더 불길로 일어나 그 불길을 누르고 또 누르던 그대의 눈물이 없었다면 뜨겁게 달구어질수록 조금씩 뒤로 물러앉아 뜨개질을 하거나 아주 슬픈 소설을 읽어 가는 눈빛이 없었다면 겨울의 긴 바람, 유리처럼 부서져 내리는 별들이 가슴에 가득 차면 영혼의 깊은 샘물을 길어올리듯이 조심스레 가슴을 말 못하고 태워 버린 재들을 비워주던 그 손길이 없었다면 그러나 싸늘히 식어가는 일은 오직 나만의 일이었기에 조금씩 금가고 깨지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 2025. 1. 22.
망해사 / 김경성 [김경성] 망해사 -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47 [김경성] 망해사(문화앤피플) 문화앤피플 뉴스 =망해서감경성바다가 보이는 절 마당에 석탑이 서 있다언제부터인가흰 새들이 날아와서 바다에 탑을 쌓기 시작했다그림자가 길어졌다가 짧아지는 석탑보다 더 www.cnpnews.co.kr 2025.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