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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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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시와시학』중견시인상 수상작품 / 나호열 [나호열 시인] 1991년『시와시학』중견시인상 수상작품 어떤 참회록(1916-) 어둠으로 켜켜이 쌓여있는 한 생애를 읽는다 으스러지도록 껴 안았던 상대는 무엇이었을까 작은 물방울들이 으깨어져 안개로 흐느적거리는 실존의 외길을 날마다 조금씩 읽으며 조금씩 더 잊어버리며 한 장씩 넘기면 어둠 탓.. 2007. 9. 28.
시간을 견디다 시간을 견디다 / 나호열 진부령 고개를 넘어오다가 짐칸에 소나무 한 그루 태운 트럭을 앞세웠습니다. 느릿느릿 구비를 돌 때마다 뿌리를 감싼 흙들이 먼지처럼 떨어져 내렸습니다. 마치 제 집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서 발자국을 남기려는 것처럼, 눈물처럼 떨어져 내렸습니다. 늙으면 우리는 산으로 .. 2007. 9. 24.
사진/praha 창 / 나호열 창을 갖고 싶었다.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그 틈으로 하늘을 보았다. 아니 처음에는 길고 높은 벽이 보였다. 그 벽에 다시 구멍을 내자 하늘은 실핏줄같은 강 내음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마음의 창에 가득 번져오르던 울음 빛은 흘러가야만 보인다 창과 구멍을 구별하지.. 2007. 9. 19.
[김윤배]부론에서 길을 잃다 부론에서 길을 잃다 김윤배 부론은 목계강 하류 어디쯤 초여름 붉은 강물을 따라가다 만난 곳이니 하류의 작은 마을일 것이다 가슴에서 나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가을 건너고 겨울 건넜다 나는 그 긴 계절을 부론에 머물고 있었다 부론에 눈발 날리고 까마귀들이 날았을 때 부론의 붉은 하늘이 언 강 .. 2007. 9. 19.
오래된 책 오래된 책 / 나호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가 지루하게 갈피 속에 숨어들어 납작해진 벌레의 상형에 얹혀있다 매일 내려 쌓이는 눈 위에 발자국처럼 길게 어디론가 마침표를 끌고 가는 주 인공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쌓이는 세월보다 녹아 스며드는 속도가 훨씬 빨라 수심 이 깊은 호수가 출렁.. 2007. 9. 15.
남산 마애불상 2007년 9월 10일 (월) 12:08 연합뉴스 <남산 마애불상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열암곡 통일신라시대 불상 얼굴 공개 (경주.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김승욱 기자 = 지난 5월말 경주 남산 열암곡(列岩谷)에서 발견된 통일신라 대형 마애불상 상호(相好.부처 얼굴)와 전체 모습이 공개됐다. 무게 70t에 이르.. 2007. 9. 10.
아무르 강가에서 / 박정대 사진/praha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초저녁 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 2007. 9. 8.
중국 화가 / Shang Ding 중국 화가 Shang Ding 2007. 9. 7.
강물에 대한 예의 p r a h a 강물에 대한 예의 / 나호열 아무도 저 문장을 바꾸거나 되돌릴 수는 없다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에서 끝나는 이야기인지옮겨 적을 수도 없는 비의를 굳이 알아서 무엇 하리한 어둠이 다른 어둠에 손을 얹듯이어느 쪽을 열어도 깊이 묻혀버리는 이 미끌거리는 영혼을 위하여 다만 신발을 벗을 .. 2007. 9. 7.
파문 波紋 / 나호열 파문波紋 / 나호열 나를 보고 방긋거리는 어린 아기의 웃음이 가슴에 물컹 닿는다 말을 배우기 전에 말의 씨앗이 꽃이라는 것을 부드럽게 구름과 구름이 만나듯이 잔 물결이 일어난다 뿌리 채 고스란히 뽑혀 어디론가 높은 고개를 넘어가던 소나무의 정적이 저만큼 푸를까 이 세상의 모든 말들은 꽃에.. 2007. 9. 7.
그대 사는 곳 / 나호열 티베트에서 / p r a h a 그대 사는 곳 / 나호열 그대 사는 높은 곳 구름을 본다 티베트의 산정 사원에 마릴린 몬로의 웃음 들리는 듯 아이스크림이 녹는다 폐허라도 저렇게 무너질 수 있다면 터무니없는 탑을 쌓고 또 쌓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하염없이 하늘을 터벅터벅 걸어서 올라간다 그대는 천국에 .. 2007. 9. 7.
바람은 손이 없다 / 나호열 바람은 손이 없다 / 나호열 처음부터 바람이었겠는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인줄 알았겠는가 처음부터 눈이 없었고 처음부터 손이 없었다 몸으로 부딪치고 몸으로 부서졌다 그의 사랑은 처음부터 그랬다 종말은 평화로웠다 없는 그의 손이 꽃을 피우고 없는 그의 눈이 잎을 지게 만들었을 뿐 2007.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