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raha
창 / 나호열
창을 갖고 싶었다. 처음에는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그 틈으로 하늘을 보았다. 아니 처음에는 길고 높은
벽이 보였다. 그 벽에 다시 구멍을 내자 하늘은 실핏줄같은
강 내음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마음의 창에 가득 번져오르던 울음 빛은 흘러가야만 보인다
창과 구멍을 구별하지 못한 것이 죄가 될까. 세상이 점점
넓어지고 커질수록 병도 따라 깊어갔다. 상처가 구멍이었다
더 이상 상처가 아물수 없을 만큼 커졌을 때 나는 창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몸을 가질 수 없었다.
'나호열 시인 >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에 쓰는 편지 / 나호열 (0) | 2007.10.11 |
---|---|
시간을 견디다 (0) | 2007.09.24 |
오래된 책 (0) | 2007.09.15 |
강물에 대한 예의 (0) | 2007.09.07 |
파문 波紋 / 나호열 (0) | 2007.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