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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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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탄 코스터 / 전형철 라탄 코스터 전형철 파닥거리는 아가미 고요해집니다 순서대로 만들 필요 없습니다 열쇠 구멍을 안으로 내어도 좋고 짙은 먹구름을 가둬 샌드백을 걸어 두어도 좋습니다 증발하는 숨결 어려운 약관은 다음으로 넘겨도 됩니다 이제부터 유기일지 무기일지 찰랑찰랑 유리관에 저당 잡힐지 모릅니다 세끼 외에 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눈물보다 단단한 보석을 배꼽으로 물고 있어야 합니다 왼쪽으로 돌기만 하면 시곗바늘은 허리띠를 묶고 반대 방향으로 춤출 것입니다 강물 속에 강물 속에 손을 넣고 부르튼 살결을 슬어 올리세요 손목에 푸른곰팡이 피면 뼈가 무른 시간은 당신의 편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길 바랍니다 각기 다른 그물을 찢고 나온 어둠이 텅 빈 복도에 놓여 있을 겁니다 받침이 맞지 않는 즐거운 저녁입니다 2024. 4. 13.
남귀南歸 / 김옥성 남귀南歸 김옥성 단풍이 오시려나 큰기러기 써레 끌고 정남향으로 남귀 하늘의 논바닥 포슬포슬 갈리어 구름에서 쑥부쟁이 향이 어룽어룽 데리고 가는 것들은 또 따라 내려가는 것들은 모도 다 빨간 맨발이라서 꾸룩 꾸룩 꾸꾸룩 자랑질하는 것인가 어린 것들도 한 뼘 자란 날개깃이 퍼득퍼득 퍼드득 낮달에 비끼어 겨울새와 여름새가 비켜 가는 저 허공 빈 들판 내어주어야 하는 땅, 둠벙, 늪, 저수지, 골짜기 내려앉아야 하는 벌판, 겨울 한 철 도란도란 쪼아대어야 하는 쌀겨 같은 낟알 같은 바람이 내려와 새들을 껴안는 계절 구절초는 마구마구 피어서 좋겠다 억새꽃 웃음이라도 닮아야 하나 남쪽으로 한참 내려가다가 물끄러미 ―계간 《포지션》 2023년 겨울호 ---------------------- 김옥성 / 1973년 전남.. 2024. 4. 9.
서천버스 ,서천시외버스 터미널시간표 서천버스 터미널시간표 ㆍ 서천시외버스 터미널 시간표 2023년 11월 1일 2024. 3. 27.
이종섶 시집 『우리는 우리』. 이종섶 시집 『우리는 우리』.시인수첩 시인선 슬프지도 않은 노래의 후렴에 (외 1편) 이종섶 자신을 잊기 위해 굼벵이처럼 기어온 길을 되돌아가 유리를 깨고 초침까지 꺼내 낯선 기억을 정지시키는 얼굴 없는 형체가 힘없이 악수도 할 줄 모르는 손에 붙잡혀 속절없이 끌려가는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고 울며울며 애원하던 날들 시장 바닥에 깔린 좌판대에서 싸구려 빗처럼 휘어지고 마지막 버스에서 뜬 눈으로 새우잠을 자며 깃털이 뽑힌 새들의 날개를 매단다 지붕 위로 불어대는 이빨 없는 바람의 시린 손 잊으면 잊혀진다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상처의 파장이 어제를 용서하기 위해 멈춰 줄지 모른다 무심하게 굴러가다 애매한 경계에 서서 응시하는 눈동자들 감은 눈동자들 냉장고 시한부 인생들을 저장하고 나면 하나둘 아일랜드*로 .. 2024. 3. 26.
물고기 몸에 물이 차오를 때 / 김경성 [김경성] 물고기 몸에 물이 차오를 때 -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6 [김경성] 물고기 몸에 물이 차오를 때물고기 몸에 물이 차오를 때 김경성 물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바람의 힘을 빌려 바다가 쏘아 올린섬을우리는 사막이라 불렀다 물고기 비늘이 석양에 반짝이며 휘몰아치고 차도르를 쓴 바람이사www.cnpnews.co.kr 2024. 3. 25.
너머의 새 외 2편 / 강영은 시집 『너머의 새』 현대시.기획시선 96 2024년 3월 시간의 연대 (외 2편) 강영은 돌 위에 돌을 얹고 그 위에 또 돌을 얹어 궁극으로 치닫는 마음 마음 위에 마음을 얹고 그 위에 또 마음을 얹어 허공으로 치솟는 몸 돌탑은 알고 있었다. 한 발 두 발 디딜 때마다 무너질 걸 알고 있었다. 무너질까 두근거리는 나를 알고 있었다. 그건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므로 조그만 돌멩이를 주워 마음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태어나기 전의 돌탑을 태어난 이후에도 기다렸다. 한곳에 머물러 오래 기다렸다. 돌멩이가 자랄 때까지 돌탑이 될 때까지 너머의 새 새가 날아가는 하늘을 해 뜨는 곳과 해 지는 곳으로 나눕니다. 방향이 틀리면 북쪽과 남쪽을 강조하거나 죽음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나의 흉곽을 새장으로 설득하기도 .. 2024. 3. 24.
수아꽃 / 조하은 [조하은] 수아꽃 -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5 [조하은] 수아꽃수아꽃 조하은 새털 같은 작은 손에 꽃잎 한 줌 올려주었지꽃이 꽃잎을 후, 후 불더구나흩어지는 꽃잎을 따라가며 까르르 웃던 너꽃잎은 왜 떨어져요꽃잎은 바람을 털어내려고 몸을 비트는 거www.cnpnews.co.kr 2024. 3. 22.
조하은 시집『얼마간은 불량하게』 생을 위무하는 웅숭깊은 문장...조하은 시집『얼마간은 불량하게』 -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15 생을 위무하는 웅숭깊은 문장...조하은 시집『얼마간은 불량하게』(문화앤피플) 황휘연 기자 = 조하은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얼마간은 불량하게』가 2020년 여름을 말한다.이 시집은 크게 보아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심스럽게 시인 자신이라 짐작되는www.cnpnews.co.kr 2024. 3. 22.
폐사지를 읽다 / 나호열 폐사지를 읽다 나호열 폐사지는 말 그대로 절이 있던 빈 터입니다. 그러나 그 빈 터에 보물이나 국보로 가늠할 유물이 출토되거나 남아 있게 되면 법령에 따라 빈 터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지요. 보전되고 있는 폐사지에는 그래서 탑이나, 전에는 부도라 불렸던 승탑이나 고승들의 탑비, 그리고 석등이 남아 있습니다. 처음 폐사지를 만난 것은 우연이었습니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 두고 험난한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첫 걸음을 내딛었던 막 불혹에 이르렀던 삼십 년 전 여름이었지요. 강원도 고성 그러니까 휴전선 바로 밑이어서 625 전란이후 민간인 출입이 금지 되었던 건봉사가 처음 개방되었던 그 때, 반 세기 가까이 폐허로 살아있던 그곳에 발길이 닿았던 것이지요. 총탄 자국이 선명한 일주문을 지나니 풀들이 사람 키만큼 자라.. 2024. 3. 17.
최경선 시집 『그 섬을 떠나왔다』 수채화같은 고향의 섬 ... 최경선 시집 『그 섬을 떠나왔다』 -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3 수채화같은 고향의 섬 ... 최경선 시집 『그 섬을 떠나왔다』(문화앤피플) 황휘연 기자 = 시를 쓰고 만지다 보니 삶도 다듬어지고 여백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최경선 시인의 시집 『그 섬을 떠나왔다』를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된다.거문도의 넉넉한 인심과 www.cnpnews.co.kr 2024.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