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311 시는 깨달음의 경전이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 기도문이다 / 나호열 나의 시, 나의 시론나호열 북 북은 소리친다속을 가득 비우고서가슴을 친다한 마디 말밖에 배우지 않았다한 마디 말로도 가슴이벅차다그 한 마디 말을 배우려고북채를 드는 사람이 있다북은 오직 그 사람에게말을 건다한 마디 말로평생을 노래한다 시는 깨달음의 경전이 아니라 가슴으로 쓰는 기도문이다. 나호열 시 공부에 입문한 지 오십 년, 고희를 맞이하여 시선집『울타리가 없는 집』(2023)를 냈습니다. 첫 시집『담쟁이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1989)를 발간한 이후 시집『안부』(2021)까지 21권의 시집 중에서 200편을 선정하기로 하고 작품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얼추 천 오백 편의 시에서 어떻게 골라낼까 고심을 했는데 의외로 짧은 시간에 선정 작업이 끝났습니다. 내게는 모두 소중했지만 제법 시를 가려보는 안.. 2025. 2. 21. 유목의 시간 / 김경성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43 [김경성] 유목의 시간유목의 시간김경성떠나는 것들은 그 사연조차도 말하지 않는다다만 바람이 불어가는 쪽으로 비가 긋고 가는 길을 따라 흘러갈 뿐어제는 비가 와서 꽃이 피었고, 꽃을 먹은 양 떼는 넘치도록 젖www.cnpnews.co.kr 2025. 2. 21. 모래시계 / 서혜경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10 [서혜경] 모래시계모래시계서혜경한 여자가 모래시계를 뒤집는다황토 방 안에 있던 눈들이일제히 모래시계를 바라본다모래시계에구겨 놓은 삶이 기지개를 편다오랜 세월 시린 무릎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뜨거www.cnpnews.co.kr 2025. 2. 21. 구로디지털단지를 지나간다 / 조하은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27 [조하은] 구로디지털단지를 지나간다(문화앤피플) 문화앤피플 뉴스 = 구로디지털단지를 지나간다조하은겹겹이 껴입은 겉옷을 한 꺼풀 두 꺼풀 벗고 욕조에 비스듬히 누웠다적당한 온도의 물로 딱딱한 몸을 부드럽게 녹여보는데몸 www.cnpnews.co.kr 2025. 2. 21. 그 섬 거문도 / 최경선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39 [최경선] 그 섬 거문도그 섬 거문도최경선 곱발 디디면 바다가 보이는 고만고만한 돌담 집이거나 얼기설기 묶인 지붕 너머 바다의 정수리가 훤히 보이거나 몇 발짝 골목을 나서면 시푸른 바다로 통하는 곳이다 혀 둥www.cnpnews.co.kr 2025. 2. 21. 눈물이 시킨 일 / 나호열 [나호열] 눈물이 시킨 일 - https://naver.me/FFGU0Hyk [나호열] 눈물이 시킨 일눈물이 시킨 일나호열 한 구절씩 읽어가는 경전은 어디에서 끝날까경전이 끝날 때쯤이면 무엇을 얻을까하루가 지나면 하루가 지워지고꿈을 세우면 또 하루를 못 견디게허물어 버리는,그러나저www.cnpnews.co.kr 2025. 2. 21. 시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 나호열 시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나호열 광릉수목원에 갔었다. 겨울이 막 삭막한 도시에 불청객처럼 찾아온 어느 날 이었다.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운집한 숲은 적막하였으나 그곳 또한 생명의 싸움터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메타세콰이어와 같은 활엽수들은 잎들을 떨구고 선정에 든 듯 하였으나 침엽수들을 여전히 바늘 같은 푸른 잎들을 내밀고 있었다. 나무들이, 숲들이 얼마나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하는지 보려면 겨울이 되어야 한다는 숲 해설가의 설명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참나무에 자리를 빼앗긴 메타세콰이어는 한쪽으로만 가지를 뻗었고, 어린 엄나무는 온 몸에 가시를 박아 제 몸을 추스렸다. 피톤치트를 내뿜는 전나무 숲 아래에는 풀들이 자라지 않았으니 인간들의 건강에 그리 좋다는 피톤치트는 사실 그 나무들이 해충과 풀들의.. 2025. 2. 19. 눈치 없이 핀 꽃 (외 1편) / 정선희 눈치 없이 핀 꽃 (외 1편) 정선희 엄마는 금기어였다 금기어를 키우지 못해서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던 그녀의 손이 목련 비늘처럼 떨어졌다 새는 남쪽 나라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는데 목에 걸린 가시를 밥과 함께 꿀꺽거절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울지 않는 아이의 눈꼬리는 길다한글보다 눈치를 더 빨리 깨친다 엄마 없는 표시를 내지 않으려고잘 숨기고 들키지 않는 법을 배웠다 오랫동안 무언가 목에 걸려물을 마시고 기침을 해도 내려가지 않는다말을 할 때마다 캑캑거렸다 의사가 매핵기라고 해서잔기침을 쏟았다삼켜지지 않는 말들을 울대에 붙인 채 살고 있나요? 매화꽃 지면 탐스런 매실과 함께엄마라는 시큼한 금기어도 주렁주렁하다 새를 바라보는 서쪽의 시간 한 몸짓이 생의 단면에부딪히고 있다 유리벽.. 2025. 2. 10. 겨울을 잃고 나는 (외 2편) / 한혜영 겨울을 잃고 나는 (외 2편) 한혜영 나는 흰옷을 걸쳐본 지가 오래된 종려나무, 소금기에 푹 절여진 꼬리를 끌고 해안가를 어슬렁거려요 마음은 죽을 자리를 찾는 늙은 늑대 같기도 하고 조문을 다녀가는 시든 꽃 같기도 하고 찢어질 대로 찢어진 깃발 같기도 하고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겨울을 잃은 것들은 다 그래서 혀가 포도나무 덩굴처럼 길어졌어요 살려면 닥치는 대로 생각을 잡고 올라야 해요 아니면 녹아서 줄줄 흐르니까 얼음조각처럼 잘 생긴 배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얼굴이 바닥에 질펀해요 뱀은 늘어질 대로 늘어진 혈관을 끌고 서늘한 굴을 찾아가지요 저기서 시계바늘을 휙휙 돌리는 여자! 아직도 홈쇼핑의 채널을 지키네요 세상엔 없는 계절을 파는, 소.. 2025. 2. 10. 레몬의 창가에서 (외 2편) / 지관순 레몬의 창가에서 (외 2편) 지관순 나무를 잠가버린 건 내 잘못가지가 환해지려면 우정이 필요하고 레몬의 신맛에 대해서는 누구나 관대해질 수 있다 레몬의 말투를 우려낸 창틀무릎선을 눈썹까지 밀어 올린 지붕들땅딸보 아저씨네 강아지는 아직도 꽃씨를 물어뜯을까 레몬을 반으로 자르면 세계에 불이 켜진다 말하자면흰 고양이의 춤과음표를 파고드는 손가락무혐의를 흔드는 저녁의 지느러미 고백하는 것만으로 창가는 어두워지고 레몬을 모두 꺼버린 나무 아래너와 내가서로의 절반이 아닐 확률은 얼마나 될까 잘 부탁해풀밭 서재에 꽂힌 어느 계절의 안녕들그러니까 한 번 열리면 닫히지 않는 레몬의 저녁들 부불리나의 침대 오르탕스 부인보다는 부불리나, 그렇게 불러주세요무슨 나팔 이름 같지만 이것은내 허리에 감았던 깃발을 기념.. 2025. 2. 10. 이전 1 2 3 4 5 6 ··· 4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