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203 격벽 (외 2편) / 조용미 격벽 (외 2편) 조용미 과거가 돌이킬 수 없이 달라지려면 현재가 얼마나 깊어야 하는 걸까얼마나 출렁여야 하는 걸까 피사로의 그림 속 나무들처럼서 있는 겨울 색채를 만지면 감정이 자라난다 붉고 푸른 색의 나무들처럼 가만 서 있어도 천천히 끓어오르는 온도가 있다 언젠가는 마음을 만질 수 없게 되는 날이오고야 만다 방사선이 지나간다, 머문다없다냄새도 색도 형태도 아무렇지도 않다 시간이 지나면 구토를 한다 안개상자를 만들어 그것의 흔적을 들여다 볼 필요가 없다 과거가 돌이킬 수 없이 달라지려면 현재에 깊이 들어가야 한다풍덩풍덩 귀 귀퉁이에도 귀가 내장되어 있을까보이지 않는 귀가 붙어 있는지 살펴볼까귀퉁이에도 귀의 청력이 있을까귀퉁이는 모서리, 몸에 납작하게 붙어 있거나 볼록 .. 2024. 6. 18. 당신이라는 제국 / 이병률 당신이라는 제국 이병률 이 계절 몇 사람이 온 몸으로 헤어졌다고 하여 무덤을 차려야 하는 게 아니듯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찔렀다고 천막을 걷어치우고 끝내자는 것은 아닌데 봄날은 간다 만약 당신이 한 사람인 나를 잊는다 하여 불이 꺼질까 아슬아슬해 할 것도, 피의 사발을 비우고 다 말라갈 일만도 아니다 별이 몇 떨어지고 떨어진 별은 순식간에 삭고 그러는 것과 무관하지 못하고 봄날은 간다 상현은 하현에게 담을 넘자고 약속된 방향으로 가자 한다 말을 빼앗고 듣기를 빼앗고 소리를 빼앗으며 온몸을 숙여 하필이면 기억으로 기억으로 봄날은 간다 당신이, 달빛의 여운이 걷히는 사이 흥이 나고 흥이 나 노래를 부르게 되고, 그러다 춤을 추고, 또 결국엔 울게 된다는 술을 마시게.. 2024. 6. 18. 모란의 저넉 / 김경성 [김경성 시] 모란의 저녁 -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99 [김경성 시] 모란의 저녁모란의 저녁 김경성물의 결이 겹겹이 쌓이는 저녁이 오고 있다멀리 왔으니 조금 오래 머물고 싶다고지친 어깨에 내려앉는 노을빛은 붉고무창포 바다 왼쪽 옆구리에 쌓이는모란의 결누군가 마www.cnpnews.co.kr#문화앤피플 #허애경기자 #모란의 저녁 #김경성시인 2024. 6. 14. 골목 / 김병호 골목 김병호 하나씩 가져가세요 피아노를 버리고 화분을 버리고 의자를 버리고 당신은 오래오래 서성입니다 울음에 그을린 얼굴로 우레와 폭우를 감춥니다 잊어야 지켜지는 안부는 당신의 몫입니다 발목이 얇고 입술이 얇은 당신은 낯설고 다정한 귓속말로 묻습니다 사랑이라 부르면 안되는 마음이 있냐고, 한낮에 겹겹의 별자리를 긋는 마음을 아냐고 돌연하고도 뜻밖인 자리에 당신의 뜨거운 숨처럼 아무런 궁리도 없이 그저 밀어내야 하는 당신의 눈빛만 반짝입니다 사랑을 용서해야 하는 마음을, 당신은 아직 모릅니다 마음에서 놓여날 수 없는, 이미 저편의 일입니다 ㅡ계간 《시인시대》 2024년 봄호 -------------------- 김병호 / 1971년 광주 출생.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2024. 6. 11. 떠다니는 관棺 / 김승필 떠다니는 관棺 김승필 달의 신비가 사라지는 것일까 떡방아를 찧는 토끼가 사라졌다고 북미 나바호 인디언들은 신성한 달을 인간의 무덤으로 삼겠다는 말에 바알끈,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이 66명의 유골과 DNA가 담긴 캡슐을 싣고 달에 착륙하지 못한 채 지구 대기권을 돌고 돌다 속수무책 태평양 상공에서 폭발했다는 전언 아직 운구되지 못한 관棺 앞에 하루하루를 버린다 어제보다 우주가 조금 더 옮겨 앉았다* *장옥관, 「일요일이다」, >, 문학동네, 2022. - 계간 NO99. 2024년 여름호 #계간 NO99 2024년 여름호 #김승필시인 #떠다니는 관棺 2024. 6. 11. 심해어 / 김경성 daum 이미지 옮겨옴 심해어 김경성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는 빛의 그물에 걸러지는 저음의 빛마저 다 지워버린 몸을 키운다 벗겨낼 수 없는 눈꺼풀은 생을 이끄는 길의 눈 보이지 않으나 몸의 감각으로 소리를 보는 예측할 수 없는 신비 집도 절도 없이 텅 빈 내 몸의 비늘을 긁어내며 가보지 못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상처 속으로 짠물이 들어가도 바닷물의 농도에 나를 맞추었다 절여진 상처는 어느 순간 덤덤했다 바다의 소실점이 되어 살아가는 심해어 바다 너머로 가고 있다 -2024년 여름호 2024. 6. 6. 적벽 외 2편 / 조용미 격벽 (외 2편) 조용미 과거가 돌이킬 수 없이 달라지려면 현재가 얼마나 깊어야 하는 걸까 얼마나 출렁여야 하는 걸까 피사로의 그림 속 나무들처럼 서 있는 겨울 색채를 만지면 감정이 자라난다 붉고 푸른 색의 나무들처럼 가만 서 있어도 천천히 끓어오르는 온도가 있다 언젠가는 마음을 만질 수 없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만다 방사선이 지나간다, 머문다 없다 냄새도 색도 형태도 아무렇지도 않다 시간이 지나면 구토를 한다 안개상자를 만들어 그것의 흔적을 들여다 볼 필요가 없다 과거가 돌이킬 수 없이 달라지려면 현재에 깊이 들어가야 한다 풍덩풍덩 귀 귀퉁이에도 귀가 내장되어 있을까 보이지 않는 귀가 붙어 있는지 살펴볼까 귀퉁이에도 귀의 청력이 있을까 귀퉁이는 모서리, 몸에 납작하게 붙어 있거나.. 2024. 6. 5. 풍등(風燈) / 강인한 풍등(風燈) 강인한 그대의 손이 사라진다. 전 생애의 적막이 사라진다. 제 뿌리를 지하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려 나무들이 배경에서 떠나가는 시절이다. 어두운 하늘 속 저마다 혼자씩 사라진다. 그대의 손이 내 비루한 추억을 뿌리치고 사라진다. 어두운 하늘 속을 하늘보다 더 어두운 마음 안고 이승엔 듯 저승엔 듯 낙엽이 진다. ―시집 《장미열차》 2024 《불교평론》 2024년 여름호 2024. 6. 4. 분홍은 언제나 / 김경성 분홍은 언제나 김경성 분홍이라 하면 물 따라 흘러가는 잠두리 길 개복숭아 꽃이지요 꽃 뭉게뭉게 피어나면 강 건너에서도 몸이 먼저 나가고요 맨발로 오는 연두가 있어 산벚꽃 흩날리며 저기 저기 분홍 꽃물 바람이 길을 감싸 안고 불어오지요 분홍은 먼 데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정릉 골목에서도 개복숭아 꽃물 켜면 가지에서는 심줄이 보였어요 쏘아 올리는 푸른 화살촉, 시위를 당기는 것은 새들이었지만 화살을 맞는 것은 나무 아래 서성이는 사람이었어요 어느 날 뿌리째 뽑혀 나가는 개복숭아 나뭇가지 껍질을 벗겨냈어요 푸른 피가 끈적하게 손끝에 묻어나며 긴 뼈가 하늘로 치솟았지요 나무가 피워 올리던 분홍도 사라지고 해마다 피었던 그 자리에 분홍 그림자만 넘실거려요 껍질 벗겨낸 개복숭아 가지가 점점 흰 뼈가 되어가요 분홍을.. 2024. 6. 4. 분홍은 언제나 / 김경성 https://naver.me/Gvd8337v 분홍은 언제나 / 김경성분홍은 언제나 김경성 분홍이라 하면 물 따라 흘러가는 잠두리 길 개복숭아 꽃이지요꽃 뭉게뭉게 피어나면강 건너에서도 몸이 먼저 나가고요 맨발로 오는 연두가 있어산벚꽃 흩날리며link.naver.com 2024. 6. 3. 이전 1 2 3 4 5 6 7 ··· 4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