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445 키 큰 나무 / 나호열 p r a h a 키 큰 나무 / 나호열 1 슬플 때면 팔 뻗쳐 푸른 하늘 한 장 뜯어내어 눈물 닦고 그 손마저 발 밑에 버리고 2 나는 말할 수 없다. 나를 붙잡고 욕설처럼 내뱉는 삶의더러움에 대하여 늦은 밤 식은 오뎅 국물 흘리며 포장마차를 끌고 가는 늙은 부부에 대하여 죽음을 앞두고 새벽기도회에 나서는 이.. 2010. 2. 17. 귀가 詩 몇편 / 나호열 화엄사에서 / p r a h a 귀가 詩 몇편 / 나호열 귀가 / 나호열 허물을 벗어난 나비는돌아갈 곳이 없어발길 닿는 곳이 집이네계절따라바꿔 입을 옷이 없는신명난 몸뚱어리산도 실어내고강물도 저나르다보면눈물도 흥이 되거니그 가락에 얹혀신신한 꽃술에모르게 묻어나는傳言을 싣고끈끈이주걱 같은 사.. 2010. 2. 13. 冬柏 p r a h a 冬柏 / 나호열 찬 서리 기운을 받아야 붉어진다지 남들과는 한 자리에 어울리기 싫어한다지 한꺼번에 무너지고 만다지 어디 그것이 남의 마음이던가 한 밤을 새워 님에게 편지를 쓰다 못내 부끄러워 눈 들어보니 아, 저기 수평선 저 너머에 작은 점점 커지는 불덩이가 동백 꽃 봉오리가 푸른 꽃.. 2010. 2. 6. 冬蘭 / 나호열 冬蘭 / 나호열 반쯤 흰 살을 드러낸 웃음의 뒷길을 그믐달이 가고 있다 음지로 뻗는 푸르름 치아가 이쁜 은장도 하늘을 물고 있다 2010. 2. 5. 귀소歸巢 / 나호열 귀소歸巢 / 나호열 - 鳳停寺에서 바람에게 길을 묻는 일이나 바람의 얼굴을 보려고 헤매는 일이 온몸을 앞으로 내밀어 넘어질 듯한 저 오랜 소나무의 몸짓만큼 쓸쓸하구나 우리는 너무나 많은 잔가지들을 허공을 움켜쥐기 위하여 뻗었던 것은 아닐까 極樂보다 大雄보다 더 극락 같은, 더 대웅 같은 소.. 2010. 2. 3. 그녀의 소설 그녀의 소설 / 나호열 언제부터의 동행인지 발걸음을 슬쩍 끼워 맞추며 물었다 주인공이 될 수는 없을까요 그는 산을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관령을 넘자 소금기가 섞인 어둠이 밀려오고 시종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나가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지요 아, 그 말 슬퍼요 지나가는 바퀴, .. 2010. 2. 2. 길 잃은 사람들 길 잃은 사람들 / 나호열 길 잃은 사람들이 그들뿐인가 치매에 걸린 사람들 서해바다 썰물처럼 멀리 마음이 떠난 사람들 집 잊어 헤매는 사람들이 길을 잃는가 집도 떠나고 사람도 떠나는 법 그래도 길은 언제나 그렇게 있는데 우리는 왜 길을 잃었다고 하는가 우리는 왜 길을 잊었다고 하는가 그저 하.. 2010. 2. 1. 그리운 집 / 나호열 그리운 집 / 나호열 많은 사람들이 제 발로그 속에 갇히고 있다즐겁게갇힌 공간 속에서아이를 낳고잠을 채운다신전이 아니면무덤일 것이다기도하거나조금씩 썩어가는우~ 우~ 우 밤마다이리떼가 울고 있다 2010. 1. 26. 귀가 / 나호열 p r a h a 귀가 / 나호열 어디로 가십니까? 집으로 갑니다. 동으로 갈 때였다 어디로 가십니까? 집으로 갑니다 서쪽으로 기우는 달 따라 갈 때였다. 짐을 풀기도 전에 그리움이 먼저 당도해 있었다. 짐을 털어낸 가방은 비워질수록 더욱 무거웠다 눈물은 눈에서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증기탕 안에서 나는 .. 2010. 1. 4. 천국에 관한 비망록 / 나호열 천국에 관한 비망록 / 나호열 -42.195km 천국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옥을 통과해야만 한다 비록 이 길이 지옥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 하더라도 이 길이 천국에서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 하더라도 태어난 곳으로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이 길이 죽음으로 완성되는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 2010. 1. 3.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