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441

음지 식물 / 나호열 p r a h a 음지식물 / 나호열 태어날 때 어머니가 일러주신 길은 좁고 어두운 길이었다 기억할 수 없지만, 내가 송곳이 아니었다면 어머니의 울음은 그렇게 푸르지 않았을 것이다. 몸에 남아있는 푸른 얼룩은 고통의 살점 알 수 없는 적의는 죄와 길이 통하고 먼저 내 살점을 뚫고 나서야 허공을 겨눈다 .. 2010. 4. 3.
갈대 詩 몇편 갈대 나호열 힘을 주면 부러지기 쉽고 너무 힘을 빼면 영영 쓰러져 버린다 광막한 도회지의 한복판에서 다만 흔들리고 있을 뿐인 늪 속에 발목을 묻은 사람들이여! 갈대에도 꽃이 핀다 나호열 흔들리라 하시면 흔들리겠습니다 허리 굽히라 하시면 고개 숙이겠습니다 말없이 지나가는 강물 하얀 서리 .. 2010. 3. 25.
나를 사랑하는 것 '나를 사랑하는 것'이 곧 '너를 사랑하는 것'이다. 끈질기게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절망이여! 이제 이쯤에서 이별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올가미처럼 옥죄어오는 절망이여! 그 올가미가 녹슬어 스스로 끊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는가. 절망, 너에게 쓰는 편지 '부분' / 나호열 ♥ 그대 음성에 내 .. 2010. 3. 10.
내일이면 닿으리라 누룩실재에서 / p r a h a 내일이면 닿으리라 / 나호열 내일이면 닿으리라 산새소리에 매화가 피고 시냇물 향기만큼 맑은 그 마을에 가 닿으리라 나그네는 밤길을 걸어야 하는 법 어둠이 피워내는 불빛을 보며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 그것이 멀리 있어야 바라보이는 그리운 얼굴인지 알아 나그.. 2010. 3. 8.
새 / 나호열 잡으면 매운 연기로 사라져 버릴듯 손 내밀 수 없는 사랑이여 한낮을 내내 허공, 그대의 발자국을 좇아도 미리내 너머 눈물 쏟아내는 별빛이더니 무엇을 닦아내려는지 하얀 손 흔들리듯 그대 떠나고 난 후 돌아볼 수 없는 등짐이 한층 무거워졌네 발표일자 : 1989년05월 새 / 나호열 허공은 .. 2010. 3. 5.
그림 퍼즐 맞추기 그림 퍼즐 맞추기 / 나호열 먼저 그림을 본다 이미 선이 그어져 있는 판을 내려놓는다 헝클어진 조각 그림을 맞추기 시작한다 맞추기의 순서는 없다 나는 먼저 이미 그려진 그림을 본 적이 없다 이미 선이 그어져 있는 평평한 판이 없다 헝클어진 조각 그림이 내게는 없다 운명을 믿을 때 그림이 나타.. 2010. 3. 4.
키 큰 나무 / 나호열 p r a h a 키 큰 나무 / 나호열 1 슬플 때면 팔 뻗쳐 푸른 하늘 한 장 뜯어내어 눈물 닦고 그 손마저 발 밑에 버리고 2 나는 말할 수 없다. 나를 붙잡고 욕설처럼 내뱉는 삶의더러움에 대하여 늦은 밤 식은 오뎅 국물 흘리며 포장마차를 끌고 가는 늙은 부부에 대하여 죽음을 앞두고 새벽기도회에 나서는 이.. 2010. 2. 17.
귀가 詩 몇편 / 나호열 화엄사에서 / p r a h a 귀가 詩 몇편 / 나호열 귀가 / 나호열 허물을 벗어난 나비는돌아갈 곳이 없어발길 닿는 곳이 집이네계절따라바꿔 입을 옷이 없는신명난 몸뚱어리산도 실어내고강물도 저나르다보면눈물도 흥이 되거니그 가락에 얹혀신신한 꽃술에모르게 묻어나는傳言을 싣고끈끈이주걱 같은 사.. 2010. 2. 13.
冬柏 p r a h a 冬柏 / 나호열 찬 서리 기운을 받아야 붉어진다지 남들과는 한 자리에 어울리기 싫어한다지 한꺼번에 무너지고 만다지 어디 그것이 남의 마음이던가 한 밤을 새워 님에게 편지를 쓰다 못내 부끄러워 눈 들어보니 아, 저기 수평선 저 너머에 작은 점점 커지는 불덩이가 동백 꽃 봉오리가 푸른 꽃.. 2010. 2. 6.
冬蘭 / 나호열 冬蘭 / 나호열 반쯤 흰 살을 드러낸 웃음의 뒷길을 그믐달이 가고 있다 음지로 뻗는 푸르름 치아가 이쁜 은장도 하늘을 물고 있다 2010.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