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나호열
잡으면 매운 연기로
사라져 버릴듯
손 내밀 수 없는
사랑이여
한낮을 내내
허공, 그대의 발자국을 좇아도
미리내 너머
눈물 쏟아내는
별빛이더니
무엇을 닦아내려는지
하얀 손 흔들리듯
그대 떠나고 난 후
돌아볼 수 없는
등짐이
한층 무거워졌네
발표일자 : 1989년05월
새 / 나호열
허공은 집이다
새는 행로를 알려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날아가기 위하여
꿈에 날개를 달지만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하여
솟구친다
새는 허공을 지운다
발표일자 : 2000년04월
새 / 나호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붉게 타오르는 서녘 노을 속으로
새들은 느낌표 같은 몸을 하늘에 새겨두고 사라진다
뚝뚝 그 느낌표들은 어둠을 받아 별로 빛나기도 하고
아득하게 지상으로 차갑게 낙하하기도 한다
흙으로 빚어진 몸은 무너질 때도 아름답다
아무 것도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은 동토에도
살아 꿈틀거리는 빛의 양식이 있을거라고
겨울들판에 내려와 앉는다
하늘 가득하던 느낌표들이
지상으로 다가설수록 물음표로
마치 못이 완강한 그 무엇에
구부려지듯이
바람에 나부끼며 휘어지고 있다
발표일자 : 2003년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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