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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441

아름다운 사람 p r a h a 아름다운 사람 - 풍경에 대하여 나호열 울음을 참으려고 얼굴을 감추었는데 한 줄기 숨결같은 바람에 그만 눈물을 글썽이는구나 뚝뚝 떨어지는 그런 눈물은 말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은어의 미끌림 너의 슬픔에는 왜 분내가 스며드는 지 몰라 물끄러미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 끝내 얼굴은 보.. 2011. 1. 23.
연꽃 詩 p r a h a 연꽃 나호열 진흙에 묻힌, 그리하여 고개만 간신히 내민 몸을 보아 서는 안된다고 네가 말했다. 슬픔에 겨워 눈물 흘리는 것 보다 아픔을 끌어당겨 명주실 잣듯 몸 풀려나오는 미소 가 더 못 견디는 일이라고 네가 말했다. 덕진 연꽃* 나호열 연꽃 속에도 길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네 누군가를.. 2011. 1. 17.
어떤 하루 p r a h a 어떤 하루 · 3 -불망비 나호열 잡풀처럼 꺾이지 않고 흥망에 노여워하지 않고 다만 무너져내리고 있는 비석 하나 생각에 겨워 비스듬하여라 잊지 않는다는 사실은 얼마나 무모하며 사치한가 또 얼마나 적막한가 한 자리에 오래 스스로 이름 지우며 그런 생각을 했을까 무심코 지나치는 길손의.. 2011. 1. 13.
저기, 겨울이 / 나호열 저기, 겨울이 나호열 잘 있지요? 말없음표처럼 기러기 떼가 하늘에 빗장을 지르고 있다 -시집 『당신에게 말걸기』 예총출판 2007년 출처 / 외국 작가 사진입니다. 2011. 1. 6.
이방인 이방인 나호열 못을 친다 다 흘러가 버린 줄 알았는데 그래도 남은 이름이라도 걸어두려는지 못을 칠 때마다 울음이 쿵쾅거린다 아직 견고하게 남은 벽이 그렇지 않으면 자꾸 뭉툭해져 튀어오르는 못이 일으키는 시퍼런 안광 새들의 지저귐을 읽어내지 못하면서 꽃들이 개화하는 고통을 듣지도 못하.. 2010. 12. 31.
지렁이 지렁이 / 나호열 천형은 아니었다 머리 함부로 내밀지 마라 지조없이 꼬리 흔들지 마라 내가 내게 내린 약속을 지키려 했을 뿐이다 뿔 달린 머리도 쏜살같이 달려가는 시간의 채찍같은 꼬리도 바늘구멍 같은 몸 속으로 아프게 밀어 넣었을 뿐 지상을 오가는 더러운 발자국에 밟혀도 꿈틀거리지 않으려.. 2010. 12. 8.
낙엽에게 外/ 나호열 창경궁 오후 다섯 시 무렵 / p r a h a 낙엽에게 / 나호열 나무의 눈물이라고 너를 부른 적이 있다 햇빛과 맑은 공기를 버무리던 손 헤아릴 수 없이 벅찼던 들숨과 날숨의 부질없는 기억의 쭈글거리는 허파 창 닫히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 때 더 이상 슬픔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였다 슬픔이 감추고 .. 2010. 12. 1.
가을 나무에게 / 나호열 가을 나무에게 / 나호열 온통 빈 북 같은 가을이 오네 고창 문수사 고창 문수사에서 / 프라하 통화 중 通話 中 / 나호열 열 걸음만 나오면 속세다 누구의 손바닥 안에서 싫증 이 나면 늙은 스님은 길가 자판기 커피를 마신다. 자판기 옆의 공중전화통, 통화 중인 세상에서 뚝뚝 나뭇잎이 떨 어진다. 자네 .. 2010. 11. 15.
눈물이 시킨 일 / 나호열 p r a h a 눈물이 시킨 일 나호열 한 구절씩 읽어가는 경전은 어디에서 끝날까 경전이 끝날 때쯤이면 무엇을 얻을까 하루가 지나면 하루가 지워지고 꿈을 세우면 또 하루를 못 견디게 허물어 버리는, 그러나 저 산을 억 만 년 끄떡없이 세우는 힘 바다를 하염없이 살아 요동치게 하는 힘 경전은 완성이 아.. 2010. 11. 11.
해너미 / 나호열 백마강 낙조 2010.11.06 (낙화암에서) / 나호열 시인님 해너미 / 나호열 네가 해 돋는 곳으로 달려갈 때 나는 말없이 뒤로 돌아 걸었다 한 없이 가벼워서 눈 뜨고는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불의 화원이 그 어느 경전보다도 가슴 덥힐 때 한나절이면 나도 어디든 끝에 도달할 것이다. 절벽 끝에 서 있는 풍화.. 2010.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