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詩441 나호열 / 저어새의 다리 저어새의 다리 / 나호열 다리를 건널 때 강물에 깊이 발목을 묻은 다리의 다리를 바라보네 무릎 꿇고 팔 들고 벌서던 어느 날 허공조차 무거운 것임을 알았는데 하마 발목을 간질이며 흘러가는 강물도 그와 같지 않으랴 무던히 걸었던 나의 다리도 이제는 어디쯤 발목을 묻어 누구의 피안과 차안을 이.. 2011. 5. 23. 나호열 / 큰 바보 큰 바보 / 나호열 슬픈 일에도 헤죽거리며 웃고 기쁜 일에는 턱없이 무심한 사람 그 곁을 애써 피해 가지만 걸어가야 할 먼 길 바보가 되어가는 길 시집『 우리는 서로에게 슬픔의 나무이다』 2011. 5. 13. 수행 修行 / 나호열 수행 修行/ 나호열 내가 오랫동안 해온 일은 무릎 꿇는 일이었다 수치도 괴로움도 없이 물 흐르는 소리를 오래 듣거나 달구어진 인두를 다루는 일이었다 오늘 벗어 던진 허물에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때와 얼룩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함부로 팽개치지 않는 사람은 .. 2011. 5. 11. 나호열 / 바람으로 달려가 바람으로 달려가 / 나호열 달리기를 해 보면 안다속력을 낼수록 정면으로 다가서서더욱 거세지는 힘그렇게 바람은 소멸을 향하여 줄기차게 뛰어간다는 사실을그러므로 나의 배후는 바람으로바람으로 그대에게 다가간다는 것을달리기를 해 보면 안다소멸을 향하여 달려가는 바람과 멀어지면서나 또.. 2011. 5. 4. 나호열 / 문호리 예배당 문호리 예배당 / 프라하 문호리 예배당 / 나호열 청량리에서 한 시간 가슴까지 차오르는 강이 오르고 내리는 버스를 타면 출렁이는 물 향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 너 장의 편지를 썼다 지우고 억새풀로 흔들리는 잠결에 닿는 곳 가끔, 깊은 산골로 가는 기차가 경적을 울리면 길은 무섭게 한적해진다 .. 2011. 5. 1. 나호열 /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오동도에서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 나호열 유채꽃밭에 서면 유채꽃이 되고 높은 산 고고한 눈을 보면 눈이 되고 불타오르는 노을을 보면 나도 노을이 되고 겨울하늘 나르는 기러기 보면 그 울음이 되고 싶은 사람아 어디서나 멀리 보이고 한시도 눈돌리지 못하게 서 있어 .. 2011. 4. 15. 나호열 /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 나호열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를 나는 부르련다 내 몸에서 자라나는 바람과 영혼의 촛대 위에 빛나는 이름 하나를 아무도 들을 수 없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작은 목숨의 울음소리를 집을 향해 조용히 불러 보련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를 듣.. 2011. 4. 11. 나호열 / 건봉사, 그 폐허 건봉사, 그 폐허 / 나호열 온몸으로 무너진 자에게 또 한번 무너지라고 넓은 가슴 송두리째 내어주는 그 사람 봄이면 이름 모를 풀꽃들에게 넉넉하게 자리 내어주고 여름에는 우중첩첩 내리쏟는 장대비 꼿꼿이 세워주더니 가을에는 이 세상 슬픔은 이렇게 우는 것이라고 풀무치, 쓰르레미, 귀뚜라미 .. 2011. 4. 9. 나호열 / 거꾸로 읽어보는 詩 - '눈물이 시킨 일' 천은사 홍매 / 프라하 눈물이 시킨 일 나호열 한 구절씩 읽어가는 경전은 어디에서 끝날까경전이 끝날 때쯤이면 무엇을 얻을까하루가 지나면 하루가 지워지고꿈을 세우면 또 하루를 못 견디게 허물어 버리는,그러나저 산을 억 만 년 끄떡없이 세우는 힘바다를 하염없이 살아 요동.. 2011. 3. 30. 나호열 / 흘러갔다 카를로비 베리 가는 길 흘러갔다 / 나호열 나는 흘러갔다 낮이나 밤이나 비오는 날이나 바람 부는 날에도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만나지 못하고 영원히 나는 나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나는 흘러갔다 촘촘한 세월의 그물을 뚫고 赤貧으로 사라지기 위하여 이렇게 흘러가는 것인가 서럽게 서 있던 역.. 2011. 3. 5.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