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무에게 / 나호열
온통 빈 북 같은 가을이 오네
고창 문수사
고창 문수사에서 / 프라하
통화 중 通話 中 / 나호열
열 걸음만 나오면 속세다 누구의 손바닥 안에서 싫증
이 나면 늙은 스님은 길가 자판기 커피를 마신다. 자판기
옆의 공중전화통, 통화 중인 세상에서 뚝뚝 나뭇잎이 떨
어진다.
자네 출세했구만, 몇 장의 흰 구름, 바쁘게 개울물로 흘
러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말인가,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는 말인가
가을이 온통 빈 북 같다
가을 나무에게 / 나호열
울지 말아라 | |
- 시집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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