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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가을 나무에게 / 나호열

by 丹野 2010. 11. 15.

  

        가을 나무에게  / 나호열 

 

                                                           온통 빈 북 같은 가을이 오네

고창  문수사 

 고창 문수사에서 / 프라하


 

 

통화 중 通話 中 / 나호열

 

 

  열 걸음만 나오면 속세다 누구의 손바닥 안에서 싫증

이 나면 늙은 스님은 길가 자판기 커피를 마신다. 자판기

옆의 공중전화통, 통화 중인 세상에서 뚝뚝 나뭇잎이 떨

어진다.

  자네 출세했구만,  몇 장의 흰 구름, 바쁘게 개울물로 흘

러간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세상 밖으로 나왔다는 말인가,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는 말인가

  가을이 온통 빈 북 같다

 

 

 

 

 

 

 

 

 

 

 

 

 

 

 

 

가을 나무에게 / 나호열

 

 

울지 말아라
지난해 움텄던 자리에
다시 새 잎이 돋고
슬픔 위에
따스한 손으로
다시 슬픔이 얹힌다

갈 곳 없는 산새가 버린
먼 하늘
세상을 가득 채운
수식어가
하나 둘
떨어진다

 

 

- 시집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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