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115 기억의 자리 기억의 자리 김경성 누군가 늘 있었던 것처럼 아픈 손이 자꾸만 그곳에 간다 많은 날 동안 그가 가리키고 보고 만지며 내성이 강한 어떤 슬픔 같은 것이 자리를 잡아서 손금 사이사이에 자신도 모르는 암호를 적어 놓았던 것인지 ㅇ과 ㄷ, ㅊ의 경계를 넘어서면 그대로 오류가 되고 마는 .. 2013. 9. 3. [스크랩] 달의 목소리 - 김경성 / Nyfes - Stamatis Spanoudakis 달의 목소리 김경성 달이 차오르는 날이면 바다의 몸도 부풀어서 뻘밭을 가득히 물고 출렁거린다 나문재 물결도 사라지고 바다의 눈 속에서 출렁거리며 차오르는 달 만큼이나 배가 불러 있는 멧새의 집, 새들은 날아가고 동굴 같은 빈집에 늙은 거미가 다녀가셨다 쳐놓은 그물에 꽃이 핀.. 2013. 3. 19. 와온 / 김경성 ■ 시인들의 自選 대표시 578 웹진 시인광장【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와온 김경성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으니 멈추는 곳이 와온臥溫이다 일방통행으로 걷는 길 바람만이 스쳐갈 뿐 오래전 낡은 옷을 벗어놓고 길을 떠났던 사람들의 곁을 지나서 해국 앞에서도 멈추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2012. 10. 29. 장미 문신 / 김경성 장미 문신 / 김경성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돌아눕는 것들을 바라보는 일이 일생의 전부였다고 말하기에 서러운 황사 바람이라고 불렀던 날이 있었다 몸 가득히 꽃을 피우고 먼부족 족장의 딸처럼 긴 머리칼을 날리며 들판을 달리던 편자가 닳아서 더 이상 달리지 못하.. 2012. 9. 16. 느티나무 그림자 / 김경성 느티나무 그림자 김경성 궁궐의 마당 느티나무가 내려놓은 검은 그림자 수심水深이 깊다 일생동안 끌어올린 물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일은 그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 저수지 깊은 곳은 아직 잎 돋지 않은 나무의 뼈대가 자리 잡고 여린 이파리 팔랑거리는 그물 같은 윤슬이 눈부시다 .. 2012. 9. 16. 화선지 정릉숲 화선지 / 김경성 지상에 방 한 칸 세내어 살아간다 빛을 가린 검은 구름이 아니었어도 숲은 어두웠다,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 숲길의 눈금을 읽으며 새들의 부리에 찢긴 새들의 혀 자국이 남아 있는 팥배나무 열매 로 부호를 찍어댔다 젖은 채 널브러진 열매의 껍데기들, 혹.. 2012. 3. 5. 아리랑로 19길 아리랑로 19길 / 김경성 아리랑로 19길을 들어서려면 삼거리에 서 있는 미루나무의 그늘 밑으로 먼저 들어가야 하네, 그늘에 펼쳐놓은 벤치에는 누군가 세워둔 낡은 자전거가 쏟아내는 길의 그림자와 묵집에서 흘러나오는 담폿한 메밀향이 그윽하지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아리랑, 아리랑 .. 2012. 3. 5. 신작소시집 / 해인사 장경판 外 신작 소시집 해인사 장경판 / 김경성 오래된 숲을 들여다 본다 행과 연을 맞추어서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가 모두 숲의 중심이 되는 햇빛은 사라지고 오직 그림자와 바람만이 가득한 숲 그림자 가득 머금은 채 제 몸을 훑고 가는 바람의 탯줄을 붙잡고 서 있어야만 하는, 관절 마.. 2011. 12. 16. *아라홍련이 운다 아라홍련 *아라홍련이 운다 / 김경성 깊은 잠 들었던 시간이 해체되어 더는, 꿈꿀 수 없다 키 작은, 키 큰 풀뿌리가 촉수를 내 심장에 대고 그대의 말을 전해주었다 나는 그 빛을 마시며 떨림을 읽었던 것, 그리워했던 것 누가 나의 몸을 열고 심장 없는 꽃으로 피어나게 했는가 그.. 2011. 12. 6. 김경성 / 등뼈를 어루만지며 外 계간 『 미네르바』 2011년 여름호 신인상 등뼈를 어루만지며 外 2편 등뼈를 어루만지며 / 김경성 종달리 해변 둥그렇게 휜 바다의 등 위에 올라앉아 내 등뼈를 어루만졌다 목뼈에서부터 등뼈를 타고 내려와 꼬리가 있던 곳까지 천천히 만졌다 오롯이 솟아있던 어린 등뼈 오간 데 없다 살.. 2011. 6. 3. 이전 1 ···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