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와온 / 김경성

by 丹野 2012. 10. 29.

 

  인들의 自選 대표시                              578   

 

     

 

   웹진 시인광장【Webzine Poetsplaza SINCE 2006

 

 

 

 

 

 

 

 

            

 

 

   와온

 

 

       김경성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으니

  멈추는 곳이 와온臥溫이다

  일방통행으로 걷는 길 바람만이 스쳐갈 뿐

  오래전 낡은 옷을 벗어놓고 길을 떠났던 사람들의 곁을 지나서

  해국 앞에서도 멈추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바람이 비단 실에 묶여서 휘청거리는

  바람의 집으로 들어선다

  눈가에 맺힌 눈물 읽으려고

  나를 오래 바라봤던 사람이여

  그 눈빛만으로도 눈부셨던 시간

  실타래 속으로 밀어 넣는다

  흔들리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다

  흘러가버린 시간의 날줄에 걸쳐 있는

  비릿한 추억, 삼키면 울컥 심장이 울리는 떨림

  엮어서 갈비뼈에 걸어 놓는다

  휘발성의 사소한 상처는

  꼭꼭 밟아서 날아가지 못하게 하고

  너무 깊은 상처는 흩어지게 펼쳐 놓는다

  소용돌이치는 바람의 집

  네 가슴 한껏 열고 들어가서

  뜨거운 기억 한 두릅에

  그대로 엮이고 싶은 날이다

 

 

 

 

 

 

시집 『와온』(문학의전당, 2010) 중에서

  

 

  

 

 

 

 


 

          
 

 

 

 

 

 

 

김경성 시인

 

 

전북 고창에서 출생. 2011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와온』(문학의전당, 2010)이 있음.


    

   

 

 

 -웹진 시인광장 http://www.seeinkwangj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