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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느티나무 그림자 / 김경성

by 丹野 2012. 9. 16.

 

 

 

느티나무 그림자

 

김경성

 

 

궁궐의 마당

느티나무가 내려놓은 검은 그림자

수심水深이 깊다

일생동안 끌어올린 물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일은

그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

저수지 깊은 곳은 아직 잎 돋지 않은 나무의 뼈대가 자리 잡고

여린 이파리 팔랑거리는 그물 같은 윤슬이

눈부시다

저수지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바람 숭숭 드나드는 나의 뼈는 드러나지 않고

몸을 휘감고 있는 가면이 저수지 가에서 기우뚱거린다

괜찮다 괜찮다 불어오는 바람

치맛자락을 끌어당겨

저수지 중심에 갖다 놓는다

차드락차드락

물소리를 게워내는 모래알

한 움큼 움켜 집으니

우수수 쏟아지는 봄 물

저수지 둑에 넘쳐흐른다

 

 

 

 - 계간 <시와산문> , 201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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