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장미 문신 / 김경성

by 丹野 2012. 9. 16.

 

 

  장미 문신 / 김경성

 

 

   처음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돌아눕는 것들을 바라보는 일이 일생의 전부였다고 말하기에 서러운

 

   황사 바람이라고 불렀던 날이 있었다 몸 가득히 꽃을 피우고 먼부족 족장의 딸처럼 긴 머리칼을 날리며 들판을 달리던

 

   편자가 닳아서 더 이상 달리지 못하는 나는 한 줌 흙이 되어 담벼락이 되었다 내게 기대어 꽃이 피는 장미 덩굴, 목을 휘감고 등 언저리까지 내려갔다

 

   꽃그늘로 들어서던 사람들의 체취로 나는 익어갔다 가시에 찔린 극점마다 겹겹이 쌓이는 장미 문신, 그림자는 사라져도 흔적은 남는다

 

   덩굴장미가 화사가 되어 몸을 타고 넘는다 꽃잎을 날리며 깊게 뿌리를 내린다 겹겹이 쌓이는 장미 문신, 언젠가는 살아 있는 뿌리가 나를 무너뜨릴 것이다

 

   고비사막 어디쯤에서 놓친 속엣말 혀위에 올려놓고 굴려보는

 

 

 

 

-우리詩, 2012년 9월호

 

 

 

 

 

 

 

 

 

3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