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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아리랑로 19길

by 丹野 2012. 3. 5.

 

 

 

 

 

 

아리랑로 19길 / 김경성

 

 

아리랑로 19길을 들어서려면

삼거리에 서 있는

미루나무의 그늘 밑으로 먼저 들어가야 하네, 그늘에 펼쳐놓은

벤치에는 누군가 세워둔

낡은 자전거가 쏟아내는 길의 그림자와

묵집에서 흘러나오는 담폿한 메밀향이 그윽하지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아리랑, 아리랑 고개

를 넘어온

아리랑 소머리국밥집과 아리랑 떡집, 아리랑 슈퍼가

북악산으로 올라가는 길의 눈을 틔우고 있다네

소연네 생선가게의 윙윙거리는 냉장고 옆에는

차양막 기둥에 매달려 있는 코다리가

눈을 부릅뜨고

오가는 사람들을 살피며 바닷길을 찾고 있네

미루나무 아래 앉아서 차를 마시네  

미루나무 그늘로 빚은 

창문이 없는 아리랑 다방이 계류부표처럼 떠 있네 

북악산을 넘어온 저녁노을이 늙은 호박빛깔로 스며드는

아리랑로 19길을 걸어가네

미루나무 이파리 바람에 흩날리는 11월이네 

 

 

 

 

계간 『 시와사람』  201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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