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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아라홍련이 운다

by 丹野 2011. 12. 6.

아라홍련 

 

 

*아라홍련이 운다 / 김경성

 

 

 

 

깊은 잠 들었던 시간이 해체되어 더는, 꿈꿀 수 없다

 

키 작은, 키 큰 풀뿌리가

 

촉수를 내 심장에 대고

 

그대의 말을 전해주었다

 

나는 그 빛을 마시며 떨림을

 

읽었던 것, 그리워했던 것

 

누가

 

나의 몸을 열고

 

심장 없는 꽃으로 피어나게 했는가

 

그대는 백련으로 피고 나는 홍련으로 피어나서

 

꽃 그림자 섞으며 농밀했던

 

그 여름,

 

느티나무의 몸 그림자 내려놓은 먼발치에서

 

서로의 숨으로 잘 영근 사랑,

 

늪속에서 긴 잠 들었다가

 

천 년 후에 다시 꽃이 되기로 했었던 것을

 

몸과 마음이 무르익는

 

천 년이 될 때쯤에야

 

그대 앞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날 수 있었음을

 

재생 시킬 수 없는 기억까지 되돌려놓은

 

칠백년,

 

서늘한 시간이여

 

 

아직도 긴 잠에 들어 있는 아라백련,

 

천 년의 사랑이 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목간(木簡)이 출토된 경남 함안군 성산산성(사적 67호)에서

 

발견된 고려시대 연꽃 씨앗이 700여년만에 꽃을 피웠다.

 

 

 

계간 『 열린시학』  201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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