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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스크랩] 달의 목소리 - 김경성 / Nyfes - Stamatis Spanoudakis

by 丹野 2013. 3. 19.

 

 

 

 

달의 목소리

 

 

              김경성

 

 

달이 차오르는 날이면 바다의 몸도 부풀어서

뻘밭을 가득히 물고 출렁거린다 

 

나문재 물결도 사라지고

바다의 눈 속에서 출렁거리며 차오르는 달 만큼이나

배가 불러 있는 멧새의 집,

 

새들은 날아가고 동굴 같은 빈집에 늙은 거미가 다녀가셨다

쳐놓은 그물에 꽃이 핀 것처럼

달의 허물이 걸려 있다

 

사스락거리는 달의 소리를 실타래처럼 꼬아놓으면

수평선에 걸린 고래의 지느러미를 붙잡을 수 있을까 

 

허리까지 차오른 저녁노을이 유난히 붉은 저녁이다

눈꺼풀만 남은 달이 뜨는 밤,

바닷물의 수위도 낮아지고 달의 허물도 사그라졌다

 

조금씩 너의 기억을 갉아먹고 있다

습자지처럼 얇아진 기억이 언젠가는 안개가 될 것이다

기억이 다시 부풀어서 둥글어진 달의 소리를 듣고 바다가 출렁거리면

기억의 행간을 뛰어넘은 갯바람이

새들의 둥근 방 근처까지 차오르고 

돌아온 새들의 부리 끝에서 파도소리가 흘러나올 것이다

 

제 속을 다 파먹은 초승달, 겨울나무에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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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es - Stamatis Spanoudakis



출처 : 시베리아의 블로그
글쓴이 : 시베리아 원글보기
메모 : 조금씩 너의 기억을 갉아먹고 있다 습자지처럼 얇아진 기억이 언젠가는 안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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