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115 목백일홍 p r a h a 목백일홍 / 김경성 불립문자를 쓰는 등나무 덩굴 붙잡고 나도 함께 뒹굴고 싶은 여름 한낮이었네 날개를 펼친 분수대는 제 몸에 붙은 흰 깃털을 모두 뽑아서 비비추 꽃밭에 던지고 뼛속을 비운 새들의, 흰 뼈가 정원에 가득했네 조금만 닿아도 자지러지는 목백일홍 부드러.. 2011. 1. 9. 사막의 가슴은 깊다 쿠무타쿠 사막 / p r a h a 사막의 가슴은 깊다 / 김경성 장맛비 함석지붕 뚫을 기세다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움푹한 구덩이를 만들어놓았다 몇만 년이 흐르면 저 웅덩이도 사막이 되어서 빗방울 화석을 남겨놓을 것이다 마두금 소리에 길들어진 사막의 바람은 부드러운 칼날을 가져.. 2010. 7. 15. 지느러미엉겅퀴 지느러미엉겅퀴 Photo by - Bluesky님 / 감사합니다. 지느러미엉겅퀴 / 김경성 한때는 바람이었다고 바람의 무늬를 새겨넣은 그는 제 몸에 가시 못을 박았다 잘게 부서진 바람은 지느러미 틈새로 떨어지거나 불 켜놓은 꽃술 자근히 누르고 지나갔다 망초꽃 하느작거리는 무너진 성벽을 암초 .. 2009. 11. 5. 어느 날 오후 어느 날 오후 / 김경성 엎어져서 울고 싶은 날 굵은 소금 뿌려놓은 생 조기, 같은 구름이 도봉산 꼭대기에 걸려 있었다 깃털 달린 풀씨 멈칫거리는 낯선 버스에 몸을 싣고 소금에 절여진 조기처럼 버스 차창에 기대었다 춤을 추는 먼지의 속도만큼, 천천히 손을 내밀어 얼굴을 감쌌.. 2009. 3. 15. 나비 그림자를 움켜쥐다 소요산 자재암 p r a h a 나비 그림자를 움켜쥐다 / 김경성 삼성각 처마 밑에 앉아 자재암 지붕 위로 미끄러지는 햇빛을 읽는다 초겨울 볕은 시리고 한 나무가 한 나무의 속으로 들어가 엉킨 실타래처럼 풀 수 없는 그림자를 만들어서 서리꽃 끌어내지 못하고 나뭇잎 소름 돋았다 긴 .. 2007. 12. 3. 이전 1 ···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