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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丹野의 깃털펜/김경성 - 근작시

나비 그림자를 움켜쥐다

by 丹野 2007. 12. 3.

 

 

                                                                                                      소요산 자재암 p r a h a

 

 

나비 그림자를 움켜쥐다 / 김경성

 

삼성각 처마 밑에 앉아

자재암 지붕 위로 미끄러지는 햇빛을 읽는다

초겨울 볕은 시리

한 나무가 한 나무의 속으로 들어가

엉킨 실타래처럼

풀 수 없는 그림자를 만들어서

서리꽃 끌어내지 못하고 나뭇잎 소름 돋았다

 

긴 잠에 들었었나

너무 늦게 우화하여 파르르 날개 떠는

나비 한 마리

손만 내밀어도

부서질 것 같아, 그림자 움켜쥐고 말았다

나비의 날개가 짊어지고 가야 할

떨어지지 않고 흔들리는, 저 그림자

살아있음의 흔적이다

서리꽃 맨발로 짚고 날개 파닥거리며

먼 곳에 있는 꽃들을

맨몸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산벚나무 가지 타고 줄줄이 흘러내리는

겨울 볕

눈이 멀 것 같다

햇살 분지르며 너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우화를 꿈꾼다

 

 

 

 

2008년 2월 녹색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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