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229 떠다니는 관棺 / 김승필 떠다니는 관棺 김승필 달의 신비가 사라지는 것일까 떡방아를 찧는 토끼가 사라졌다고 북미 나바호 인디언들은 신성한 달을 인간의 무덤으로 삼겠다는 말에 바알끈, 무인 달 착륙선 페레그린이 66명의 유골과 DNA가 담긴 캡슐을 싣고 달에 착륙하지 못한 채 지구 대기권을 돌고 돌다 속수무책 태평양 상공에서 폭발했다는 전언 아직 운구되지 못한 관棺 앞에 하루하루를 버린다 어제보다 우주가 조금 더 옮겨 앉았다* *장옥관, 「일요일이다」, >, 문학동네, 2022. - 계간 NO99. 2024년 여름호 #계간 NO99 2024년 여름호 #김승필시인 #떠다니는 관棺 2024. 6. 11. 심해어 / 김경성 daum 이미지 옮겨옴 심해어 김경성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는 빛의 그물에 걸러지는 저음의 빛마저 다 지워버린 몸을 키운다 벗겨낼 수 없는 눈꺼풀은 생을 이끄는 길의 눈 보이지 않으나 몸의 감각으로 소리를 보는 예측할 수 없는 신비 집도 절도 없이 텅 빈 내 몸의 비늘을 긁어내며 가보지 못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상처 속으로 짠물이 들어가도 바닷물의 농도에 나를 맞추었다 절여진 상처는 어느 순간 덤덤했다 바다의 소실점이 되어 살아가는 심해어 바다 너머로 가고 있다 -2024년 여름호 2024. 6. 6. 적벽 외 2편 / 조용미 격벽 (외 2편) 조용미 과거가 돌이킬 수 없이 달라지려면 현재가 얼마나 깊어야 하는 걸까 얼마나 출렁여야 하는 걸까 피사로의 그림 속 나무들처럼 서 있는 겨울 색채를 만지면 감정이 자라난다 붉고 푸른 색의 나무들처럼 가만 서 있어도 천천히 끓어오르는 온도가 있다 언젠가는 마음을 만질 수 없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만다 방사선이 지나간다, 머문다 없다 냄새도 색도 형태도 아무렇지도 않다 시간이 지나면 구토를 한다 안개상자를 만들어 그것의 흔적을 들여다 볼 필요가 없다 과거가 돌이킬 수 없이 달라지려면 현재에 깊이 들어가야 한다 풍덩풍덩 귀 귀퉁이에도 귀가 내장되어 있을까 보이지 않는 귀가 붙어 있는지 살펴볼까 귀퉁이에도 귀의 청력이 있을까 귀퉁이는 모서리, 몸에 납작하게 붙어 있거나.. 2024. 6. 5. 풍등(風燈) / 강인한 풍등(風燈) 강인한 그대의 손이 사라진다. 전 생애의 적막이 사라진다. 제 뿌리를 지하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려 나무들이 배경에서 떠나가는 시절이다. 어두운 하늘 속 저마다 혼자씩 사라진다. 그대의 손이 내 비루한 추억을 뿌리치고 사라진다. 어두운 하늘 속을 하늘보다 더 어두운 마음 안고 이승엔 듯 저승엔 듯 낙엽이 진다. ―시집 《장미열차》 2024 《불교평론》 2024년 여름호 2024. 6. 4. 분홍은 언제나 / 김경성 분홍은 언제나 김경성 분홍이라 하면 물 따라 흘러가는 잠두리 길 개복숭아 꽃이지요 꽃 뭉게뭉게 피어나면 강 건너에서도 몸이 먼저 나가고요 맨발로 오는 연두가 있어 산벚꽃 흩날리며 저기 저기 분홍 꽃물 바람이 길을 감싸 안고 불어오지요 분홍은 먼 데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정릉 골목에서도 개복숭아 꽃물 켜면 가지에서는 심줄이 보였어요 쏘아 올리는 푸른 화살촉, 시위를 당기는 것은 새들이었지만 화살을 맞는 것은 나무 아래 서성이는 사람이었어요 어느 날 뿌리째 뽑혀 나가는 개복숭아 나뭇가지 껍질을 벗겨냈어요 푸른 피가 끈적하게 손끝에 묻어나며 긴 뼈가 하늘로 치솟았지요 나무가 피워 올리던 분홍도 사라지고 해마다 피었던 그 자리에 분홍 그림자만 넘실거려요 껍질 벗겨낸 개복숭아 가지가 점점 흰 뼈가 되어가요 분홍을.. 2024. 6. 4. 분홍은 언제나 / 김경성 https://naver.me/Gvd8337v 분홍은 언제나 / 김경성분홍은 언제나 김경성 분홍이라 하면 물 따라 흘러가는 잠두리 길 개복숭아 꽃이지요꽃 뭉게뭉게 피어나면강 건너에서도 몸이 먼저 나가고요 맨발로 오는 연두가 있어산벚꽃 흩날리며link.naver.com 2024. 6. 3. 창신빌라 외 1편 / 김승필 #김승필시인 #불교문예 2024년 봄호 2024. 5. 29. 시인의일요일 - 고성만 <파씨 있어요?> https://youtu.be/66ZjD4e80F8?si=NVDTF6PqcBxdp07B시인의일요일 - 고성만 #시인의일요일 #고성만시인 #고성만 시집 2024. 5. 26. 캥거루와 해바라기 / 김경성 [김경성] 캥거루와 해바라기 - https://www.cn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90 [김경성] 캥거루와 해바라기캥거루와 해바라기 잘 익은 햇빛과 바람이 긴 목을 타고 넘어와서당신의 입술을 적시던 시간너무 멀리 가 있다 말할 수 없는 냄새로 가득 차 있는오크통에서 발효되었던 시간,코르크를 따는 순www.cnpnews.co.kr #문화앤피플 #이해경기자 #김경성 #캥거루와 해바라기 #모란의 저녁 2024. 5. 22. 가르침과 잔소리 / 변종태 http://www.jejuilbo.net/news/articleView.html?idxno=227185 가르침과 잔소리 - 뉴제주일보졸업 후 찾아오는 제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내가 가르친 수업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수업 중간에 심심풀이로 한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얼핏 듣기에는 ‘수업은 시원찮았는데 농www.jejuilbo.net #변종태 시인 #뉴제주일보 #다층 2024. 5. 15. 밤수지맨드라미 / 김경성 밤수지맨드라미 김경성 어떤 바람이 물갈퀴를 들고 휘몰아쳐 왔어요 물에 몸을 맡기고 물의 숨 사이로 들어오는 빛으로 살아가요 닻별이 뜨는 밤이면 모난 달도 긴 목을 내밀어서 얼굴을 대어보기도 해요 바다는 수평선을 다 지우고 소리로 말하지요 덧대어 살아갈 수 없는 혼자만의 방에 갇혀 살았어요 바닷속에서 붉게 피어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깊이 내려갈수록 점점 섬이 되어갔어요 물 바깥에 사는 여우꼬리맨드라미, 깃털맨드라미, 불꽃맨드라미 한 번도 물러보지 못한 이름들 먼 종족을 알고 싶어 자꾸만 몸을 불려 나가지요 바닷속을 들여다보아요 붉은 꽃치마가 일렁여요 빛물고기 떼가 숨어들고 있어요 깨금발을 디뎌봐도 찾는 것들은 너무 멀리 있어요 바위에 안착한 뿌리를 하나씩 떼어내고 수평선에 가닿으면 목까지 차오른 이름 .. 2024. 5. 13. 나비와 여자 / 김경성 나비와 여자 / 김경성 나비 날개를 책 속에 묻어두고 어디에 닿고 싶을 때면 손등에 올려놓았다 소리가 밀려 나오는 입술을 닫고 구름 속으로 드나들며 쉽게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렸다 창문 앞에 멈춰 섰지만 당신은 책의 문장 속으로 들어가 기척이 없고 창틈으로 새어 나오는 오일 냄새 밴 불빛을 눈에 들여 오래 꺼지지 않기를 바랐다 가스등을 끄고 가는 사람이 오기도 전에 달의 어금니를 벌려서 빛을 들였다 손등에서 날아간 나비가 점점 번져서 떼로 날아다녔다 온 세상이 나비 흰 날개로 뒤덮였다 꽃이 다 지고 속으로 꽃눈 채우는 한겨울이었다 은촛대를 닦으며 그 저녁을 기다렸다 식탁에 마주 앉아 기도드리던 먼 시간을 불러보았다 - 《미네르바》 2024년 봄호 가스등을 켜는 사람 가스등을 켜는 사람 - 옮겨 옴 #나비.. 2024. 5. 8. 이전 1 ··· 3 4 5 6 7 8 9 ··· 3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