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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사진과 인문학/파미르 고원188

바다가 바다를 여는, 새들은 어떤 말도 없이 2022년 6월 14일 아침 그 바다 바다가 바다를 여는, 새들은 어떤 말도 없이 아침노을을 보고 있었다. 밤의 눈빛과 아침의 눈빛은 너무나도 다른 빛이어서 저녁 바다의 푸른빛과 아침 바다의 푸른빛을 섞으면 무슨 파랑이 나올까? 저녁 백사장에 앉아서 달과 별과 바다와 모래와 바람을 읽었던 시간을 되뇌며 이른 아침 충만한 고요 속에 오래 머물렀다. 세상이 아름다운 이유는, 저 고요의 풍경 속에 온전하게 하나가 되는 당신이 내가 있어서라고 2022. 9. 16.
바다가 바다를 넘어가는, 어떤 말도 없이 #3 2022년 6월 13일 그 바다 해 지고 난 후 하늘과 바다가 프러시안 블루빛으로 물들었다. 저 바다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백사장에 앉아서 우리도 프러시안 블루빛으로 물들었다. 무언가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표현할 수 없는 마법같은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저 바다에 갈 때마다 나는 그 말을 받아 적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적을 것이다. _()_ . . . . 코로나19로 3년 여만에 아이를 껴안았다. 너무 벅차서 눈물도 나지 않았다. 중3 때 커다란 이민가방을 들고 혼자 꿈꾸던 길을 나섰던 용감한 아이. 아름답고 아름다운 아이. 당신이 걷는 길이 늘 평안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엄마가 드립니다._()_ 2022. 9. 16.
바다가 바다를 넘어가는, 어떤 말도 없이 #2 2022년 6월 13일 물때 시간을 맞추지 않고 그저 우리가 시간이 될 때 한 달에 한 번씩 찾아가는 바다, 그날은 물때 시간이 '조금'이었다. 해루질을 하려고 물 빠지는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허리춤까지 물이 빠져나가서 사람들이 걸어 들어가는 저 바닷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벅찼던 그 시간, 자꾸만 가고 또 가면 무언가 심장을 두드리는, 한순간의 황홀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그 시간 그 바다를 여러 번 갔지만 단 한 번도 똑같은 바다를 보여준 적이 없다. 자연은 그런 것이다. 2022. 9. 16.
바다가 바다를 넘어가는, 어떤 말도 없이 #1 2022영 6뤟 13일. 그 바다. 우리들의 바다 어떤 목적도 없이 그 바다로 간다, 어렵게 찾아오는 사흘 동안의 시간을 그 바닷속으로 걸어가는 일에 모두 담아버린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다 읽을 수 있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따스한 감정,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흘러갔을 때 느낄 수 있는, 귀한 마음일 것이다. 어떻게 나에게로 왔는지 어떻게 그대들에게 흘러갔는지 언제나 감사의 기도를 먼저 드리는 눈부신 나날들. 봄부터 매달 찾아가는 저 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몇 번을 더 가야 내 마음속 바다가 깊은 바다가 되어, 터트리지 못한 시의 씨앗 하나 푸르게 푸르게 물들어갈까 바다가 바다를 넘어가는, 어떤 말도 없이 아주 잠시 어렵게 얻은 사흘간의 시간을 나는 저 바다에 담아두었다. .. 2022. 9. 16.
무너지다 나도 모르게 빠르게 낡아가고 있었던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어느 만큼 천천히 보다 더 천천히 낡아갈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서서히 천천히라는 말을 믿고 살았던 것이다. 내 몸이 천천히 무너지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등뼈가 천천히 낡아가고 있었던 것이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일찍 진료받으러 와서 다행이라고 하셨다. 어제는 등뼈에 4개의 주삿바늘을 꽂았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후까지 그림처럼 누워있었다. 오후가 되니 조금씩 나아지는 듯했다. 매일매일 조금씩 늘려가며 산책을 하라고 했다. 책상에 오래 앉아있으면 안 된다고, 1시간마다 휴식시간을 가지라고 하셨다. 오후 네 시 오십 분 숲에 스며들었다. 상수리나무가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려서 개울의 목에 턱 하니 걸려 있었다. 여섯 시까.. 2022. 9. 2.
끝까지 바라보는 끝까지 바라보는 끝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 끝이라는 말은 시작이라는 말 끝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모두가 사라진 바다는 온통 은유의 세상이었다. 흐릿한 별이 제 모습을 조금씩 비춰주기 시작하고, 바다 깊숙이 가라앉은 태양은 빛으로 말을 하였다. 그 빛을 받아 적는 바다는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빛으로 말을 하는데, 그 말을 받아 적으려면 수십 만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속에 온전히 들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의 온 생애가 출렁거렸다. 잃어버린 것이 많아서 허무하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했었는데,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온전히 내 안에 있는 것을 내가 읽지 못한 것임을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 끄트머리에 서서 깨달았다. 모든 정답은 내 안에 있다. 2022. 8. 31.
홀로인 것들을 위하여 아마도 홀로에서 시작되어 홀로에서 끝이 난다. 이 세상과 첫 입맞춤 할 때도 홀로였고, 이 세상 마지막 입맞춤도 홀로 일 것이다. 아마도 저, 많은 새떼는 홀로가 모여서 떼가 되었다. 홀로가 완전한 주체가 되지 못하면 떼는 무너진다, 의지하는 척 홀로이다가 무너진다. 완벽한 홀로가 되기 위해 소리 없이 내 안의 소리를 듣는 일 저 새떼들 속에서 완벽한 홀로인 새를 보았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추신 / 그저 바라보는 저 새들이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평화가 깃들기를... 2022. 8. 31.
여여하다 #3 새떼가 날아간 후 빛 여울지는 갯벌에 앉아서 빛의 농도를 재고 있었습니다. 수평선 쪽 열린 하늘이 눈부셨습니다. 문득, 한 마리 새가 날아왔습니다. 어두워지며 물이 들어오는 것도 다 잊어버리고 바람과 새와 노을과 바닷물과 갯바닥이 마지막 빛을 내는 그 틈에 앉아서 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있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뷰파인터에 들어오는 저, 새의 몸에 초점을 맞추느라 얼마나 숨을 참았던지요. 새는 가만히 있지 않고 저, 저물녘 풍경을 갯바닥에 수를 놓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제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일까요? 잃어버린 말은 또 무엇일까요? 이 바다에 얼마나 더 와봐야 알 수 있을까요? 가고 또 가면 그 무언가 제 심장 속의 말들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단 한 번도 똑같은 풍경을 보여주.. 2022. 8. 29.
여여하다 #1 ' 복숭아빛으로 물든 바다에 앉아있는 새들을 만나러 갔던 것인데 어느 만큼 시간이 지났을까 새떼가 일제히 날아올라 서쪽 노을 속으로 날아갔습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새들의 말을 들었을 뿐인데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는데 그만, 새들이 날아올랐습니다. 더 먼바다로 날아가서 완벽하게 붉은 태양빛이 비치는 바다에 앉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말들이 제게로 와서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괜찮다 괜찮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이 멀 것만 같았는데 눈이 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는데 오롯하게 뜨거운 마음이어서 다행이라고 우리는 우리는 사흘 동안의 여행을 계획했지만, 너무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아버린 마음 가라앉히기 위해 그만. 여행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배롱꽃을 찾아갔던 아침 무섭게 .. 2022. 8. 28.
배롱꽃 / 나무의 유적 나무의 유적 / 김경성 얼마나 더 많은 바람을 품어야 닿을 수 있을까 몸 열어 가지 키우는 나무, 그 나뭇가지 부러진 곳에 빛의 파문이 일고 말았다 둥근 기억의 무늬가 새겨지고 말았다 기억을 지우는 일은 어렵고 어려운 일이어서 끌고 가야만 하는 것 옹이 진 자리, 남아있는 흔적으로 물결무늬를 키우고 온몸이 흔들리도록 가지 내밀어 제 몸에 물결무늬를 새겨넣는 나무의 심장을 뚫고 빛이 들어간다 가지가 뻗어나갔던 옹이가 있었던 자리의 무늬는, 지나간 시간이 축적되어있는 나무의 유적이다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고 무늬의 틈새로 가지가 터진다, 잎 터진다, 꽃 터진다 제 속에 유적을 품은 저 나무가 뜨겁다 나무가 빚어내는 그늘 에 들어앉은 후 나는 비로소 고요해졌다 - 시집 『와온』 문학의 전당.. 2022. 8.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