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319 해너미 p r a h a 해너미 / 나호열 네가 해 돋는 곳으로 달려갈 때 나는 말없이 뒤로 돌아 걸었다 한 없이 가벼워서 눈 뜨고는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불의 화원이 그 어느 경전보다도 가슴 덥힐 때 한나절이면 나는 어디든 끝에 도달할 것이다. 절벽 끝에 서 있는 풍화를 멈춘 탑이거나 앉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 2009. 1. 23. 우중愚衆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들소 p r a h a 우중愚衆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들소 나호열 그 후 오랜 세월이 흘렀다. 금세기초 스페인의 산탄데르 州에 사는 한 젊은 기사 技師는 사냥꾼이 발견한 부근의 한 동굴에 깊은 흥미와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첫 번째 답사에서 그는 별다른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소학생들의 서투른 솜씨 같은 그.. 2009. 1. 23. 사랑해요 사랑해요 / 나호열 당신이 듣고 싶은 말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러나 그 말은 너무 멀리 있네 단 하나의 침으로 허공을 겨누고 밤하늘 별들이 파랗게 돋아났으나 꿀벌은 지상으로 떨어져내려 이제는 슬픔도 늙어 가슴을 잃었네 우두커니 한 사람 정류장에 서 있으나 버스는 오지 않는다 걸어라 빙하기의 .. 2009. 1. 22. 체험, 기억, 상상력 체험, 기억, 상상력 나호열 1.체험 시인의 의식상에 있어서 현재의 순간에 많은 과거들, 체험들이 동시적으로 공존해 있는 순간이거나, 이 순간 속의 사항들이 무엇이든 이것들이 결속되어 하나의 의미있는 패턴을 가지게 되는 연속적 순간 [김준오) 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감정이 아니다. 시.. 2009. 1. 21. 석포리 가는 길 / 김윤배 석포리 가는 길 김윤배 석포리 가는 길은 바람길이다 바람이 길을 내고 길은 바람 속을 흔들리며 간다 서해가 내륙 깊숙이 찌르고 들어와 비수로 박힌 석포 들판, 이미 많은 길들에 사타구니를 열어주었으니 길이 다른 길을 달고 달아나 석포리의 길은 늘 바다의 날카로운 끝에 선다 바람 속의 길은 위.. 2009. 1. 21. 세렝게티의 추억 세렝게티에서 / p r a h a 세렝게티의 추억 / 나호열 무엇으로 나를 부르던 상관이 없다 스스로 사냥을 하지 못하여 이글거리는 하늘을 배회하는 대머리 독수리 무방비로 강을 건너는 누우 떼의 발목을 잡는 흉측한 악어 게으르게 게으르게 암놈이 차려놓은 성찬에 윗자리를 차지하는 수사자 제 자식이 .. 2009. 1. 18. 시쓰기와 사진찍기 / 나호열 사진작가 박흥순은 풍경 사진을 찍고자 하는 이들에게 "풍경은 많이 간 사람에게 좋은 풍경을 보여준다." "자주 마음의 문을 열고 자연을 볼 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과 마음을 통하지 않은 채 쓰여지는 시는 공허한 말놀음이다. p r a h a 2009. 1. 17. 꿈과 죽음 사이에 걸린 무지개를 찾아서 / 나호열 꿈과 죽음 사이에 걸린 무지개를 찾아서 이영유의 다섯 편의 시 나 호 열 ‘시는 아름답다’는 입에 발린 말이 무색하다. 처음에도 그랬고 끝도 그랬다. 그가 저 세상에 있으니 아무 말이라도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말문이 닫힌다. 어찌 보면 오래 살았고, 또 어찌 보니 너무 짧았다. 生은 그래서 .. 2009. 1. 17. 새는 날아가지 않는다 / 김명리 새는 날아가지 않는다 김명리 구름 사이로 한 자락 햇빛이 어린 새의 앞날을 이끌었을까 유월의 저무는 숲이 돌연 화농의 새소리로 술렁거리고 산그늘 스치는 새 날개 끝자락이 교목의 잎새마냥 빳빳해진다 더없이 따뜻한, 더없이 보드라운, 죽은 새끼의 날개털 여태 휘날리는 텅 빈 둥지 위 노래기 .. 2009. 1. 16. 봄날 / 고성만 봄날 고성만 처녀 선생님 무슨 쪽지를 가져다주고 오라고 심부름시 킨 봄 자잘한 유리조각 반짝이는 대기 속을 물고기같이 헤엄 쳐 건너 면사무소 얼굴이 벌개진 청년에게 전해주고 나오 는 날 곗돈 떼어먹은 홍아네 몸쓸 병에 걸렸다는 솜틀집 식모 살러간 정이 누이 이야기가 오가는 정류장에 앉아 .. 2009. 1. 14. 이전 1 ··· 390 391 392 393 394 395 396 ··· 4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