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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석포리 가는 길 / 김윤배

by 丹野 2009. 1. 21.

 

 

 

석포리 가는 길

 

김윤배 

 

석포리 가는 길은 바람길이다

바람이 길을 내고 길은 바람 속을 흔들리며 간다

서해가 내륙 깊숙이 찌르고 들어와

비수로 박힌 석포 들판, 이미 많은 길들에

사타구니를 열어주었으니 길이

다른 길을 달고 달아나 석포리의 길은 늘

바다의 날카로운 끝에 선다 바람 속의 길은

위태로운 칼날 위에서 잠들었으므로

바다를 가두던 가슴 속 출혈은 멈추지 않는다

폐염전은 검붉은 혈흔 위에 있다

바다를 말리던 바람과 햇살이

갈대꽃 위에서 쓸쓸한 한 생을 뉘우칠 때

이곳에서 투명한 몸을 이루어 떠난 소금의

길은 나를 떨게 한다  갯벌 아래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검붉은 해초

서포리의 폐염전에 솟아오른다

검붉은 해초가 피워올린 소금꽃으로

석포리의 염전이 환해진다

 

 

           p r a h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