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고성만
처녀 선생님 무슨 쪽지를 가져다주고 오라고 심부름시
킨 봄
자잘한 유리조각 반짝이는 대기 속을 물고기같이 헤엄
쳐 건너 면사무소 얼굴이 벌개진 청년에게 전해주고 나오
는 날 곗돈 떼어먹은 홍아네 몸쓸 병에 걸렸다는 솜틀집
식모 살러간 정이 누이 이야기가 오가는 정류장에 앉아
낯선 행선지의 차에 오르고 싶은 충동
부안에서 이리로 김제에서 전주로 대전에서 서울로 얼
갈이배추 갈치속젓 표고버섯 돌김을 싣고 매일을 일요일
처럼 돌아다니는
한 끗발 남거나 두 끗발 모자라는 인생
가끔가끔 그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심부름 갔던 때의 황
홀한 햇살 잊히지 않는 한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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