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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새는 날아가지 않는다 / 김명리

by 丹野 2009. 1. 16.

 

 

 

새는 날아가지 않는다

 

김명리

 

 

구름 사이로 한 자락 햇빛이

어린 새의 앞날을 이끌었을까

유월의 저무는 숲이

돌연 화농의 새소리로 술렁거리고

산그늘 스치는 새 날개 끝자락이

교목의 잎새마냥 빳빳해진다

더없이 따뜻한,

더없이 보드라운,

죽은 새끼의 날개털 여태 휘날리는

텅 빈 둥지 위 노래기 같은 허공을

새들은 겨냥한다 미친 듯 선회한다

마파람에 불려 문상 온 새떼들

까악까악 함께 우짓는다 슬픔을 통해

넘어서야 할 禁線이 어디에 있는지

찢겨나간 듬성한 날개털 속으로

주사 바늘 같은 빗방울 내리꽂힌다

 

 

 

                        p r a h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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