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지 않는다
김명리
구름 사이로 한 자락 햇빛이
어린 새의 앞날을 이끌었을까
유월의 저무는 숲이
돌연 화농의 새소리로 술렁거리고
산그늘 스치는 새 날개 끝자락이
교목의 잎새마냥 빳빳해진다
더없이 따뜻한,
더없이 보드라운,
죽은 새끼의 날개털 여태 휘날리는
텅 빈 둥지 위 노래기 같은 허공을
새들은 겨냥한다 미친 듯 선회한다
마파람에 불려 문상 온 새떼들
까악까악 함께 우짓는다 슬픔을 통해
넘어서야 할 禁線이 어디에 있는지
찢겨나간 듬성한 날개털 속으로
주사 바늘 같은 빗방울 내리꽂힌다
p r a h a
'이탈한 자가 문득 > 향기로 말을거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을 사육하다 / 고성만 (0) | 2009.01.23 |
---|---|
석포리 가는 길 / 김윤배 (0) | 2009.01.21 |
봄날 / 고성만 (0) | 2009.01.14 |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 / 김명리 (0) | 2009.01.10 |
그늘 / 심재휘 (0) | 2009.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