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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이탈한 자가 문득/향기로 말을거는 詩

슬픔을 사육하다 / 고성만

by 丹野 2009. 1. 23.

 

 

    슬픔을 사육하다

 

   고성만

 

 

   눈코입 오목조목한 여자를 얻어

   재우고 입히고 먹이고 학교 보내고 싶어

 

   그 여자 결혼하여

   그 여자 닮은 딸 낳으면

   저녁 문간에 걸어둔

   가녀린 등불 하나

 

  왜 가끔 심청 생각이 나나 몰라 젖동냥 길러주신 아비

께 눈물 밥 지어 올리고 상머리에 앉아 이것은 밥이고 이

것은 반찬이요 떠 넣어드리는, 제 몸 팔아 아비 개안시키

는 자식 되었다가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입 안 가득 하모니카를 불다가

 

   어느 추운 겨울날 부모 살릴 생명수 구하러 홑껍데기

누더기 걸치고 고꾸라졌다 일어서서 서천서역국 찾아가는

바리데기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면서

 

  지긋이

  물속에 잠겨

  초점 없는 눈동자 위로 툭

  떨어지는 꽃송이들

  황금색 몰약 같은 꿈 다시 꾸고 싶어

 

 

 

                                                                     p r a h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