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세렝게티의 추억

by 丹野 2009. 1. 18.

 

 

                                                                                   세렝게티에서 / p r a h a

                                                                                                             

  

세렝게티의 추억 / 나호열

 


무엇으로 나를 부르던 상관이 없다

스스로 사냥을 하지 못하여

이글거리는 하늘을 배회하는 대머리 독수리

무방비로 강을 건너는 누우 떼의 발목을 잡는

흉측한 악어

게으르게 게으르게 암놈이 차려놓은 성찬에

윗자리를 차지하는 수사자

제 자식이 잡혀 먹어도 눈만 멀뚱거리는

톰슨 가젤

혼자서는 도저히 살아가지 못하는

하이에나

그 무엇으로 나를 바라보아도 어쩔 수 없다

평화로운 한 장의 그림엽서

광대한 초원의 한낮 같은 매일을 뜯어내면서

인화되지 않은 꿈의 이면을 들여다 본다


먹고 먹히되

승자와 패자가 없는 곳

서로가 서로의 양식으로

몸을 내어 주는 곳

값싼 동정의 눈물이 조금도 용납 되지 않는 곳

 

 

 

 

 

'나호열 시인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너미   (0) 2009.01.23
사랑해요  (0) 2009.01.22
*저녁 무렵부터 새벽까지   (0) 2009.01.14
옆집   (0) 2009.01.11
바람의 흔적, 존재를 찾아서   (0) 2009.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