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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해너미

by 丹野 2009. 1. 23.

 

                                                                                                p r a h a

 

 

 

해너미 / 나호열


 

네가 해 돋는 곳으로 달려갈 때

나는 말없이 뒤로 돌아 걸었다

한 없이 가벼워서

눈 뜨고는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불의 화원이

그 어느 경전보다도 가슴 덥힐 때

한나절이면 나는 어디든 끝에 도달할 것이다.

절벽 끝에 서 있는 풍화를 멈춘 탑이거나

앉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긴 의자 너머로

온 몸의 피란 피는 다 뽑아내어

평생동안 써 내려간 실연의 일기장을 태우는

새들이 내려 앉는다

 

아침에도 해가 지고

저녁에도 해가 지는

나는 끝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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