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호열 시인988 존재탐구에 대한 몇 가지 방식 존재탐구에 대한 몇 가지 방식 나호열 온통 가벼움이 점령해 버린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무거운 사유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찰라의 광휘에 열광하는 시대라 하더라도 정지의 미학과 침묵의 어려움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단정은 아직은 유보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문학.. 2006. 5. 21. 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 나호열 p r a h a 탑과 나무가 있는 풍경 나호열 얼마동안이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니?바람의 수작에 울컥 꽃을 토해내거나균열을 일으키며 모서리가 떨어져 나가는풍경 속의 고요를 담아낸 하늘은 저리도 고운데아무 것도 동여매지 못한 허리띠 같은 길이 숨는다죽은 채로 태어나 그냥 사는 일과.. 2006. 5. 20. 바람으로 달려가 / 나호열 daum 이미지 바람으로 달려가 / 나호열 달리기를 해 보면 안다속력을 낼수록 정면으로 다가서서더욱 거세지는 힘그렇게 바람은 소멸을 향하여 줄기차게 뛰어간다는 사실을그러므로 나의 배후는 바람으로바람으로 그대에게 다가간다는 것을달리기를 해 보면 안다소멸을 향하여 달려가는 .. 2006. 5. 13. 내일이면 닿으리라 / 나호열 내일이면 닿으리라 나호열 내일이면 닿으리라 산새소리에 매화가 피고 시냇물 향기만큼 맑은 그 마을에 가 닿으리라 나그네는 밤길을 걸어야 하는 법 어둠이 피워내는 불빛을 보며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 그것이 멀리에서 바라보아야만 얼굴이 보이는 꽃인지 알아 나그네는 또 걷고 걷는다 .. 2006. 5. 9. 좋은 시의 기준 좋은 시의 기준 나호열 1. 어림 잡아 한 해에 발표되는 작품 수를 헤아려 보면 족히 만 편이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 경향 각지에서 발행되는 잡지와 동인지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들을 평론가들이라고 해서 어찌 다 읽을 수 있겠는가? 해마다 ‘올해의 좋은 시’라는 표제를 달고 출간되는 시들을 읽으.. 2006. 5. 2. 황사 지난 후 / 나호열 황사 지난 후 나호열 눈길이 머무르는 곳 멀다 손길이 가 닿는 곳 이제는 멀다 아침이면 알게 되리라 밤새 창문에 머리 부딪치며 외우고 또 외웠던 경전의 마디 다 부질없었음을 부질없었으나 그것이 아무도 살지 않는 사막에서 온 것임을 그 가볍고 가벼운 것이 우리의 눈을 감게 만들고 다시 한 번 .. 2006. 4. 25. 산아 / 나호열 산아 / 나호열 가라해도 가지않고오라고 해도 오지 않는다가까이 가면얼굴이 보이지 않고멀리 돌아서면마음이 보이지 않는다가져가라다 가져가라 하여도나는 그대 앞에선貧者온 몸 내미는 밧줄 같은 길을 오르니아득한 밑은온통 풍진뿐인걸거느린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이제 알겠구나초겨울 해는 .. 2006. 4. 25. 강가에서 / 나호열 강가에서 나호열 물비린내가 난다. 거기 누구? 잠시 멀어졌다가 이내 돌 아오는 풀 냄새. 무엇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 리에 머물겠다고 뿌리내리려는 꿈이 꿈틀거리며 울고 있 다는 것이다. 더듬거리는 손에 정적이 잡혔다가 저만치 안개로 달아나 버리고 훅, 흐느낌처럼 물비린내가 난다. .. 2006. 4. 13. 건봉사, 그 폐허 건봉사 / p r a h a 건봉사, 그 폐허 / 나호열 온몸으로 무너진 자에게 또 한번 무너지라고 넓은 가슴 송두리째 내어주는 그 사람 봄이면 이름 모를 풀꽃들에게 넉넉하게 자리 내어주고 여름에는 우중첩첩 내리쏟는 장대비 꼿꼿이 세워주더니 가을에는 이 세상 슬픔은 이렇게 우는 것이라고 풀무 치, 쓰르.. 2006. 4. 13. 음지식물 / 나호열 음지식물 나호열 태어날 때 어머니가 일러주신 길은 좁고 어두운 길이었다 기억할 수 없지만, 내가 송곳이 아니었다면 어머니의 울음은 그렇게 푸르지 않았을 것이다. 몸에 남아있는 푸른 얼룩은 고통의 살점 알 수 없는 적의는 죄와 길이 통하고 먼저 내 살점을 뚫고 나서야 허공을 겨눈다 이른 봄 벌.. 2006. 4. 13. 이전 1 ··· 89 90 91 92 93 94 95 ··· 9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