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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988

장자의 꿈, 인간만이 길을 만든다 ― 소고(小考) 나호열론 장자의 꿈, 인간만이 길을 만든다 ――소고(小考) 나호열론 조 영 미1)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인간적인 삶은, 변하는 것들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가느냐의 문제다. 우리는 곧잘 ‘영원(永遠)’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믿음과 변하지 않는 사랑을 약속하.. 2007. 8. 6.
그림자 놀이 / 나호열 그림자 놀이 / 나호열 초대 받지 않았지만 나는 이곳에 왔다 내 자리가 없으므로 나는 서 있거나 늘 떠돌아야 했다 가끔 호명을 하면 먼 곳의 나무가 흔들리고 불빛이 가물거리다가 흐느끼듯 꺼지곤 했다 그림자는 우울하다 벗어버린 옷에는 빛이 빚으로 남아 있어 얼룩을 지우지 못한다 나는 내가 그.. 2007. 7. 30.
망월사를 오르다가 비를 만났다 / 나호열 망월사를 오르다가 비를 만났다 / 나호열 비를 만났다 혼자 오르는 산길에서 따가운 질책을 들었다 아무리 맞아도 멍이 들지 않는 목소리 무심히 지나치는 일층의 방 열쇠가 아직 내게 남아 있다. 그 방의 주인은 이미 자물쇠를 교체했을까 가끔은 열쇠로 열어보고 싶은 그 방 끈질기게 비는 나를 노크.. 2007. 7. 29.
감포 가는 길 p r a h a 감포 가는 길 / 나호열 누구나 한 번은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걸어보게 된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이리저리 굽이치는 길의 끝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길의 끝에는 마음을 다하여 기쁨으로 치면 기쁨으로 슬픔으로 다가서면 슬픔으로 울리는 바다가 있음을 꿈꾸듯 살아왔음을 누구나 기억하고 .. 2007. 6. 4.
나호열 / 눈물이 시킨 일 눈물이 시킨 일 / 나호열 한 구절씩 읽어가는 경전은 어디에서 끝날까 경전이 끝날 때쯤이면 무엇을 얻을까 하루가 지나면 하루가 지워지고 꿈을 세우면 또 하루를 못 견디게 허물어 버리는, 그러나 저 산을 억 만 년 끄떡없이 세우는 힘 바다를 하염없이 살아 요동치게 하는 힘 경전은 완성이 아니라 .. 2007. 6. 4.
p r a h a 새 / 나호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어디로 가야 하는지 붉게 타오르는 서녘 노을 속으로 새들은 느낌표 같은 몸을 하늘에 새겨두고 사라진다 뚝뚝 그 느낌표들은 어둠을 받아 별로 빛나기도 하고 아득하게 지상으로 차갑게 낙하하기도 한다 흙으로 빚어진 몸은 무너질 때도 아름답다 아무 것.. 2007. 5. 29.
公山城에서 / 나호열 p r a h a 公山城에서 / 나호열 평생을 땅파는 일에 투신한 고고학자와 공산성에 오른다 멀리 내다보는 일이 꼭 앞으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굽은 등을 바라볼 때 파묻힌 것들의 숨결을 듣는 수없이 많았던 그의 屈身을 생각한다. 감나무에 매달린 감들이 익을 대로 익어 툭툭 눈물 떨어.. 2007. 5. 29.
가슴이 운다 / 나호열 가슴이 운다 / 나호열 거역할 수 없는 슬픔이 있다 예정되어 있으나 슬그머니 뒤로 밀쳐놓은 정답이 없다고 스스로 위안한 풀지 않은 숙제처럼 달려드는 파도가 있다 못질 소리 똑닥거리는 시계의 분침 소리 바위가 모래로 무너져 내리는 소리 이 나이에 사랑은 무슨 이 나이에 이별은 무슨 가슴이 울 .. 2007. 5. 29.
가스페를 아십니까? / 나호열 p r a h a 가스페를 아십니까? / 나호열 하늘을 향해 그 아무 것도 아닌 허공을 향해 팔을 내뻗는 무엇을 움켜쥐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주먹을 내뻗는 플라타나스 가지들을 뎅강뎅겅 잘라낼 때 이 도시에는 일기예보보다 먼저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가스페를 아십니까? 이 말은 가스페는 어디로 갑니.. 2007. 4. 15.
눈빛으로 말하다 / 나호열 눈빛으로 말하다 / 나호열 떠나보지 않은 사람에게 기다려 보지 않은 사람에게 손아귀에 힘을 주고 잔뜩 움켜쥐었다가 제 풀에 놓아버린 기억이 없는 사람에게 그리움은 찾아오지 않는다 달빛을 담아 봉한 항아리를 가슴에 묻어놓고 평생 말문을 닫은 사람 눈빛으로 보고 눈빛으로 듣는다 그리움은 .. 2007.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