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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988

불꽃 / 나호열 불꽃 / 나호열 나는 아직 모른다 불이 꽃인지 아니면, 꽃이 불인지 모르면서 나는 불꽃이라고 성급하게 너를 잡는다 물이 깊은지 흘러가는 것인지 물수제비 뜨려고 돌멩이 하나 쥐어드는 순간 어디서 굴러왔는지 아니, 어디서 그렇게 짓눌리며 살아 왔는지 납작하게 그 얼굴 낯이 익다 어느 날인가 끓.. 2006. 9. 5.
아다지오 칸타빌레 adagio cantabile / 나호열 아다지오 칸타빌레 adagio cantabile 나 호 열 모든 것이 느려지고 있다. 한 인생의 완성이 죽음에 있다면 그 걸음은 더 한껏 느려져도 좋을 것이다. 한껏 느려진다는 것은 속도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는 것, 이를테면 마라톤 경주에서 42.195㎞를 누가 빨리 달려갈 수- 혹은 달려올 수- 있는가에 내기를 건다는 .. 2006. 8. 8.
아침에 전해 준 새소리 / 나호열 아침에 전해 준 새소리 / 나호열 죽지 않을 만큼만 잠을 잔다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죽지 않을 만큼만 꿈을 꾼다 죽지 않을 만큼만 말을 하고 죽지 않을 만큼만 걸어간다 그래야 될 것 같아서 누군가 외로울 때 웃는 것조차 죄가 되는 것 같아서 그래야 될 것 같아서 아, 그러나, 모든 경계.. 2006. 7. 31.
시에 대한 시인의 태도 시에 대한 시인의 태도 나 호 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간행한 2006년도 版『문예연감』에 따르면 한국문인협회와 민족작가협회에 등록된 시인의 수는 4163명이고 이는 총 등록인원 9061명의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이다. 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프로슈머 현상- 생산과 소비가 일부 특정 집단에서 이루.. 2006. 7. 31.
언어에 대한 성찰 언어에 대한 성찰 나 호 열 1. 텔레비전 연속극은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생활의 한 단면을 드러내주기도 하고 또 삶의 꿈을 불러 일으켜 주기도 한다. 어째든 분명한 것은 그 수많은 연속극들이 한결같이'남녀의 사랑'을 극 전개의 필수요소로 채택하고 있으며. 그 결말은 대개가 기쁘고 행복하게 마.. 2006. 7. 20.
신탄리행 / 나호열 p r a h a 신탄리행 / 나호열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사람 없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 사람 없다 가슴 서늘해지는 끝이라는 말 더 이상 갈 수 없는 마지막 역에서 얼마나 나는 부끄러워지는가 온기 가득했던 한 잔의 차를 다 마시기도 전에 작별의 편지 한 장 다 쓰기도 전에 이렇게 당도해버린 낯 선 곳.. 2006. 7. 9.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1 / 나호열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1 / 나호열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를 나는 부르련다 내 몸에서 자라나는 바람과 영혼의 촛대 위에 빛나는 이름 하나를 아무도 들을 수 없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작은 목숨의 울음소리를 집을 향해 조용히 불러 보련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를 듣는 사람 오직 하나 있.. 2006. 7. 4.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힘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힘 나 호 열 결코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노자도덕경 5장의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천지는 인자하지 않다. 만물을 풀 강아지처럼 다룰 뿐이다)의 의미가 새로운 것은 인간이 만든 온갖 것들에 대한 회의와 불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선거니, 월드컵이니 하는 사건들, 그리움이.. 2006. 6. 22.
꽃이 피었다 / 나호열 p r a h a 꽃이 피었다 / 나호열 바라보면 기쁘고도 슬픈 꽃이 있다 아직 피어나지 않아 이름조차 없는 꽃 마음으로 읽고 눈으로 덮어버리는 한 잎의 향기와 빛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향일성 向日性의 시간의 촛대 위에 담쟁이 넝쿨 같은 촛불을 당기는 일 내 앞에서 너울대는 춤추는 얼굴.. 2006. 6. 1.
시인의 의무 시인의 의무 장 미셸 몰푸아(프랑스 시인) (번역: 박성창/서울대 불어불문학과 교수) 서구에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전설 중 하나인 오르페우스 신화에 따르면 시인(詩人)은 지옥의 괴물들을 순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설일 뿐이고 시(詩)라는 .. 2006.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