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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궁전
나호열 시인/詩

산아 / 나호열

by 丹野 2006. 4. 25.

 

산아 / 나호열

 

 

가라해도 가지않고
오라고 해도 오지 않는다
가까이 가면
얼굴이 보이지 않고
멀리 돌아서면
마음이 보이지 않는다
가져가라
다 가져가라 하여도
나는 그대 앞에선
貧者
온 몸 내미는 밧줄 같은 길을 오르니
아득한 밑은
온통 풍진뿐인걸
거느린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이제 알겠구나
초겨울 해는 뉘우침보다 짧고
얼굴부터 어둠을 내리니
문득 돌아갈 곳을 찾는 어리석음이여
빈 집 같은 그대의 품에 나는
잠시 안겨 있을 뿐인 것을
비탈진 잠을 구르다보면
우는듯
구름 가리어
또 저만치 비껴있는
산아

 

 

- 시집 『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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